기술력 키운 中업체 부상으로 경쟁력 떨어지고 채산성 악화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조강 생산량 기준으로 일본 최대이자 세계 3위의 철강업체인 일본제철이 쇳물을 만드는 고로(용광로) 설비의 추가 감축을 추진한다.
일본 국내 시장의 철강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외국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아사히신문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이바라키(茨城)현의 동일본제철소 가시마(鹿島) 지구에 있는 고로 2기 가운데 1기를 수년 안에 폐지할 방침이다.
일본제철은 이미 지난해 2월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해 히로시마(廣島)현에 있는 구레(吳)제철소의 고로 2기를 없애기로 했다.
구레제철소에는 고로 2기 외에 철강제품 공장도 들어서 있다.
일본제철은 이곳의 모든 생산 시설을 2023년 9월 말까지 정리해 전체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일본제철은 또 와카야마(和歌山)현 공장에 있는 고로 2기 중 1기의 가동을 2022년 9월까지 멈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제철의 전체 고로 수는 현재 14기에서 10기로 줄게 됐다.
가시마 지구는 일본제철에 흡수된 옛 스미토모(住友)금속공업의 주력 제철소로, 재작년 기준 2개 고로의 조강 생산량은 687만t이었다.
이곳에서는 1968년 가동을 시작한 이후 자동차와 가전제품용 박판(薄板)이 주로 생산되고 있다.
2018년 조강 생산량이 4천922만t으로 일본 내 최대이자 세계 3위 종합 철강기업인 일본 제철이 고로 설비를 추가로 줄이기로 한 것은 중국 업체의 부상으로 채산성이 악화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 철강 기업들은 과거에는 품질면에서 세계 최고를 자부해 왔지만,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그 지위도 위태롭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일본 철강기업들의 연간 조강 생산량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이어 10년 만인 2019년 1억t 아래로 떨어졌고, 지난해는 다시 10% 이상 줄어 8천여만t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의 10배가 넘는 조강을 생산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세계 상위 10위권(조강생산 기준) 철강업체 중 중국 기업이 6개나 될 정도로 세계 철강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다.
중국 철강업체의 대량 생산은 원료 쟁탈전과 제품 가격 상승을 초래해 일본 철강업체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하시모토 에이지(橋本英二) 일본제철 사장은 다른 나라에서 만들 수 있는 범용성 높은 철강 제품의 비중을 낮추고 경쟁자가 적은 고급품의 생산 비중을 높이겠다는 경영전략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완성차 메이커인 도요타자동차가 고기능 전자(電磁)강판을 중국 업체에서 조달하는 등 중국 업체들이 기술 면에서도 부상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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