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맞은 뒤 뇌사…중환자실서 스무살 생일 맞은 뒤 사망
시위대 "희망·결의는 앗아가지 못해"…520명 이상 군부에 체포
(방콕·자카르타=연합뉴스) 김남권 성혜미 특파원 =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지난 9일 쿠데타 규탄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중태에 빠졌던 20대 시위 참가자가 19일 결국 숨졌다.
군부 쿠데타 이후 시위 과정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와 외신은 사경을 헤매던 먀 뚜웨 뚜웨 카인(20)이 이날 오전 병원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쿠데타 규탄 시위 와중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진 지 열흘만이다.
카인의 오빠는 외신과 통화에서 동생이 오전 11시(현지시간)께 사망했다면서 "너무나 슬프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카인은 당시 머리에 총을 맞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애초 고무탄에 맞았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그를 치료한 의료진이 언론에 실탄 피격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한 의사의 말을 인용해 "총알이 카인의 오른쪽 귀 뒤편을 관통해 머리에 박혔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먀 뚜웨 뚜웨 카인은 지난해 11월 총선 때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다.
미얀마 군부는 작년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식료품점에서 일했던 카인은 총격 당시 생일을 이틀 앞뒀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 스무살 생일을 맞은 뒤 숨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장례식은 21일로 예정됐다.
카인의 언니는 "동생과 나는 거리 한가운데 있지도 않았고, 경찰 저지선을 넘지도 않았다"며 "그곳을 떠나려는 순간 동생이 총에 맞았고 쓰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을 위해 온 국민이 군부독재가 뿌리 뽑힐 때까지 계속 싸워 달라고 촉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엔의 톰 앤드루 미얀마 특별 보고관은 "젊은 여성을 총으로 쏠 수 있지만, 그들은 단호한 시민들의 희망과 결의를 앗아갈 수는 없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카인은 미얀마 불복종운동과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시민들은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우리들의 영웅", 또는 "순교자(Martyr)"라며 그녀를 기렸다,
쿠데타 발생 이후 지금까지 알려진 또 다른 사망자는 경찰관 한 명이다.
앞서 미얀마 군부 대변인은 16일 시위대의 무법적인 행동으로 경찰관 한 명이 부상한 뒤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카인의 사망은 시민들의 결집력을 높이고, 항쟁 결의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양곤 도심 시위에 참가한 나인 릿 텟(24)은 "그가 자랑스럽다. 그를 위해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거리로 나올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유니폼 차림의 철도노동자들은 "출근하지 마라" "파업, 파업" 등을 외치며 시위대 선봉에 섰다.
도로 곳곳에는 군 병력 이동과 공무원들의 출근 저지를 위해 삼륜차를 세워뒀고, 양파를 쏟아놓기도 했다.
만달레이에서는 경찰관 8명이 시위대에 합류하는 등 불복종운동 저항 열기가 달아올랐다.
미얀마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쿠데타 발발 이후 이날까지 520명 이상이 군부에 의해 체포됐다고 밝혔다.
한편 교도 통신은 미얀마에서 기업 활동을 해 온 일본인들이 이날 직항편으로 일본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쿠데타로 인한 안전상의 우려 때문에 본사에서 귀국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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