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 출신 로버트 사라 추기경 경신성사성 장관직 사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교황청 내 보수파를 대변해온 로버트 사라(76·기니) 추기경이 경신성사성 장관직에서 사임했다고 교황청 기관 매체인 바티칸 뉴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라 추기경은 만 75세가 된 작년 6월 사표를 냈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이를 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회법은 교황이 임명한 보직자와 교구장 주교들이 만 75세에 이르면 사퇴를 표명하도록 권고하지만, 그 이후에도 수년간 기존 직무를 이어가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라 추기경의 사표를 8개월 만에 수리한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사라 추기경의 후임도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사라 추기경은 사제 서품 10년 만인 1979년 34세 나이에 기니 수도 코나크리 대주교에 올랐고, 베네딕토 16세 교황 재임 시절인 2010년에는 추기경에 서임됐다.
경신성사성 장관에 임명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듬해인 2014년이다. 경신성사성은 사목적 전례 활동을 주관하는 부처다.
사라 추기경은 신학적으로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 인사로 알려져 있다.
신학적 견해가 베네딕토 16세(본명 요제프 라칭거)와 유사해 '작은 라칭거'로도 불린다. 베네딕토 16세도 재임 기간(2005∼2013년) 사라 추기경을 총애했다고 한다.
경신성사성 장관 시절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구하는 교황청 개혁 작업에 적극 호응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작년 초에는 사제가 혼인하지 않는 '사제독신제'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책을 베네딕토 16세와 공저로 출간해 논란이 됐다.
이 책은 심각한 사제 부족 현상을 빚는 남미 아마존 등에 사제독신제의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정면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교황청 안팎의 논쟁을 촉발했다.
전·현직 교황이 교리를 놓고 충돌했다는 식의 시각까지 나오는 등 논란이 커지자 베네딕토 16세가 공저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하면서 이후 이 책은 사라 추기경 단독 저서로 재출간됐다.
당시 사라 추기경은 자신의 책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라면서 "베네딕토 16세에 대한 애착은 그대로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복종은 절대적"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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