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투자자문업체는 금융위 신고만 하면 돼…자격요건 없고 피해구제 어려워
10곳 암행점검하니 6곳이 '1:1 불법자문'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1. A씨는 50만원을 내고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운영하는 주식 리딩방에 가입했다.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 주식에 대한 전망, 매수·매도 시점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따로 1대1 상담까지 받아 가며 주식을 샀지만 결국 큰 손해를 봤다.
#2. B씨는 '전문가 매매내역 연동 프로그램', '인공지능 주식 투자 프로그램'이라는 광고를 보고 한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유료회원으로 가입했다. 업체가 제공한 프로그램이 B씨 대신 투자 결정을 내렸는데, B씨는 결국 돈을 잃었다.
이러한 영업 행위는 각각 미등록 투자자문업, 미등록 투자일임업에 해당하는 불법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유사투자자문업체 1천841곳 가운데 351곳을 점검한 결과 49곳(14%)의 불법 혐의를 적발해 수사기관에 통보했다고 22일 밝혔다.
민원 등이 제기된 주식 리딩방 10곳에 대해서는 금감원 직원이 유료회원으로 가입해 불법 여부를 '암행점검' 했고, 341곳은 인터넷 게시물 내용 등을 '일제점검' 했다.
특히 암행점검 대상 업체는 60%인 6곳에서 1대1 투자자문을 한 혐의가 포착됐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만 투자 판단 또는 조언을 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위 '전문가'가 운영하는 대화방에서 쌍방향 소통이 이뤄지거나 업체 운영자가 별도로 1대1 대화방을 개설해 개별 상담을 해줘 불법 소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적발한 49개 업체의 불법 혐의 54건을 유형별로 보면, 명칭·소재지·대표자를 변경한 후 2주 이내에 금융위에 보고하지 않은 보고의무 위반(24건)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어 홈페이지 게시판,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한 1대1 투자자문(18건), '목표수익률 4000%' 등 객관적 근거가 없는 허위·과장 광고(5건) 순이었다.
미등록 투자일임(4건)과 불법선물계좌 등을 대여하고 수수료를 받는 무인가 투자중개(3건)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유사투자자문 피해신고 및 불법행위 관련 민원 556건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구체성, 증빙자료 등을 갖춘 12건을 우수 제보로 선정하고 총 850만원을 포상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용료 환불 거부 등 피해를 보더라도 금감원 분쟁조정을 이용할 수 없고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해야 한다.
금감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거나 등록한 금융회사가 아니며, 유사투자자문업 신고 시 법정 자본금, 전문인력 확보 등 물적 설비 등에 대한 제한이 없으므로 금융에 전문성이 없는 사람도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유사투자자문업자에게 정보이용료를 내기 전에 환불 조건 및 방법, 회수 가능성 등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해지 통보는 녹음 등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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