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인플레이션 우려…전문가들 "아직 압력 크지 않다"

입력 2021-02-2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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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드는 인플레이션 우려…전문가들 "아직 압력 크지 않다"
경기 개선과 함께 물가·금리 상승 추세는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금융·증권팀 = 최근 미국과 한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침체된 경기의 회복 기대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전망이 채권 금리에 반영됐다는 분석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실물 경기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실제로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경기 개선 추세, 유가·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추가경정예산(추경) 관련 국채 발행 증가 등을 고려할 때 물가와 시장금리의 오름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
지속적 금리 상승은 유동성을 흡수하고 주식의 상대적 이익률을 떨어뜨리는 만큼, 증시가 받을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미·한 국채 금리,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올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9일 기준으로 1.345% 수준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작년 8월 초 사상 최저인 0.51%까지 떨어졌던 금리는 지난 1월 5일 블루웨이브(민주당 상·하원 장악)가 확정된 뒤 1%를 넘었고, 이후 계속 오르는 추세다.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19일 현재 1.875%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물론, 2019년 5월 13일(1.874%)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다.
교과서적으로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에 미래 인플레이션 예상이 더해진 것이니, 오른 금리에는 기본적으로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바이든 정부의 1조9천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 추진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가 꽤 커진 상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미 국채금리 상승분을 분석해보면, 상당 부분은 인플레이션 기대와 인플레이션 리스크 프리미엄 등으로 설명된다"고 말했다.
한국 금리의 경우 기본적으로 미국 금리 동향에 영향을 받는 데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추경 등을 통한 경기 개선·부양 기대 등도 최근 오름세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 증가 예상이 금리를 밀어 올리는 측면도 있다. 공급이 늘어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반대로 금리는 오르기 때문이다.



◇ "수요 위축으로 실물경제 인플레 압력 없어…자산 인플레는 존재"
하지만 전문가들 대부분은 실제로 지금 인플레이션 압력이 큰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당장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경기 침체가 워낙 심한 상태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히려 떨어지는 품목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영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금융학회장)도 "일부에서 워낙 유동성이 많이 풀려서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걱정하는 것일 뿐, 아직 인플레이션 압력이 드러나거나 현실화된 상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엄상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당장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시화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코로나 때문에 수요가 너무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 금융기관 전문가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것도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돼야 하는 것인데, 미국의 경우 몇 개 지표가 근거로 인용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인플레이션 지표가 눈에 띄는 것은 없다"며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전문가들과 시장 사이에서 아직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져 명목금리가 오른다는 얘기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풍부한 유동성 탓에 실물경기 물가가 아닌 자산 물가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실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성 교수는 "자산 인플레이션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부동산과 주식이 대표적이고,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등도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도 "유동성이 많이 풀렸으니 자산 가격이 안 오를 수가 없는데, 이것은 인플레이션 압력과는 달리 실물과 괴리된 자산 가격의 호황이 과연 얼마나 더 갈 것이냐, 이런 측면의 추가적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더라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물가가 경기 회복과 더불어 점차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 유가, 원자재,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는 만큼 국내 물가도 점차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코로나 등 아직 불확실성이 많은 만큼 반드시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11월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 1.0%, 1.5%로 제시했으나, 오는 25일 내놓는 경제전망에서 이를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

◇ 금리 상승에 증시는 타격 '불가피'
급격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없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일단 시장 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까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국내 증시는 이미 확실히 기세가 한풀 꺾였다.
코스피는 지난달 11일 장중 3,266.23을 찍은 뒤 한 달 이상 전고점을 넘지 못하고 3,100선 안팎에서 옆으로 기고 있다.
코스닥 역시 지난달 26일 장중 1,000선을 돌파했으나 이후 960∼980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서상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설 연휴 이후 국내 증시는 반도체 섹터 급등으로 강하게 시작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로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출회되면서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금리가 급등하자 적극적으로 현물을 매도한 점이 부담이었다"고 덧붙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우려에도 글로벌 증시 조정 폭은 크지 않지만 과열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한국 증시만의 강세 국면은 진정됐다"고 풀이했다.
인플레이션 압력 논란은 당분간 국내 증시에 변동성을 키우는 재료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상영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미국 장기물을 중심으로 채권시장 약세를 이끄는 흐름은 글로벌 증시에서 비중이 큰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준다"며 "IT 비중이 큰 한국 증시는 금리 흐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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