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로 400만명 이상 전력 끊기고 1천400만명 물 끓여 마셔
애벗 주지사 '미온적 대응' 들끓는 책임론…내년 3선 연임 악재되나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주지사가 안보인다"
겨울 폭풍으로 혹독한 한파 피해를 겪은 미국 텍사스주에서 그레그 애벗(63) 주지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록적 한파와 폭설로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기면서 인명 피해마저 발생했지만, 애벗 주지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정된 선거에서 그의 주지사 3 연임이 실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6년간 재임 중인 공화당 소속 애벗 주지사가 이번 재난 사태로 또 한번의 위기를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한파로 인해 텍사스주에서 400만명 이상이 전력 공급이 끊겼고, 난방이나 수도 공급이 중단된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1천400만명에게 수돗물을 끓여 마시라는 경보가 내려졌고, 재고가 부족한 식료품점에서 음식을 얻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 초기 애벗 주지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애벗 주지사는 폭스뉴스에 나와 풍력·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이번 대규모 단전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텍사스주의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가 천연가스 공급 문제가 단전의 주된 원인이라고 밝히면서 애벗 주지사에 대한 비판 여론은 악화했다.
이미 이번 사태 이전부터 애벗 주지사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 추세를 보였다.
겨울 폭풍이 오기 전인 이달 초 휴스턴 대학이 공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애벗 주지사에 대한 지지율은 39%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을 기록했던 주지사 재임 초기와 비교해 많이 떨어졌다.
이번 한파를 겪으면서 애벗 주지사는 물론, 주민들이 고통받는 와중에 멕시코 휴양지로 떠난 테드 크루즈(텍사스) 공화당 상원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이 온라인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1주일 이전부터 기상학자들이 기록적인 한파로 전력 공급이나 인프라가 위협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를 내놨지만, 애벗 주지사와 주 정부가 귀 기울여 듣지 않는 바람에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32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태는 '인재'인 만큼 추후 이에 대한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오랜 지지자들은 이번 사태가 내년 3선을 앞둔 애벗 주지사에 정치적 손상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 출신인 애벗 주지사는 텍사스주 검찰총장과 주 대법관을 지낸 뒤 정계에 진출했다.
이미 민주당 내에서 몇몇 인사들이 선거 도전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다는 소식도 나온다.
그러나 공화당 로비스트이자 애벗 주지사의 오랜 지지자인 빌 해먼드는 이전처럼 주지사가 다시 지지율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력망 개선을 분명한 목표로 제시하면 3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애벗 주지사 재임 기간 텍사스 주가 경제적으로 큰 활력을 얻은 점도 그의 3선에 도움이 되는 요소로 여겨진다.
그가 주지사로 일해온 기간 많은 일자리와 낮은 세금, 넓고 저렴한 주택 등을 찾아 텍사스 주로 300만명 가량이 이주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애벗 주지사는 이번 한파가 텍사스에 들이닥치기 2주 전에 실시한 연례 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언급하면서 "텍사스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텍사스는 미국의 경제 엔진이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며 "회복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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