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권에 공 넘어간 신한울 3·4호기…갈등 불씨 남아

입력 2021-02-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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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권에 공 넘어간 신한울 3·4호기…갈등 불씨 남아
한수원·산업부 법적책임 우려한 듯…비용보전도 갈 길 멀어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신한울 3·4호기의 공사계획인가 기간이 연장되면서 두 원전의 운명을 결정할 공이 결국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 기조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감수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제22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이달 27일에서 2023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의결함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당장 다른 사업까지 차질을 빚는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게 됐다.
한수원은 공사계획인가 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발전사업 허가가 취소될 처지였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발전사업 허가가 취소되면 앞으로 2년간 다른 신규 발전 사업에 뛰어들지 못한다. 한수원은 현재 태양광, 풍력 등 원전 이외에 다양한 신재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우려도 일단은 덜 수 있게 됐다.
신한울 3·4호기에는 부지 조성과 주 기기 사전 제작에 이미 7천79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4천927억원은 두산중공업[034020]이 원자로 설비와 터빈발전기 등에 투입한 금액이다.
한수원이 공사계획 인가를 기간 내 받지 못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백지화되면, 주기기를 사전에 주문 요청했던 두산중공업 및 중소 기자재 업체들과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치르게 될 공산이 컸다.
정부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이번에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연장해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책임을 묻는 화살이 산업부로 향할 것을 우려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수원이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것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때문이므로, 기자재 업체가 한수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경우 한수원이 이를 다시 산업부에 넘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탈원전 비용 보전과 관련한 법령이 아직 완비되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해 적법하게 발생한 전기사업자의 손실 비용을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으로 보전해주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이 이뤄지면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완전히 백지화될 경우 전력기금을 통한 손실 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법제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사업이 취소되면 보전이 불가능하다.

산업부가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연장했지만, 한수원이 곧바로 신한울 3, 4호기 착공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건설 허가와 환경부의 환경평가 등을 거쳐 산업부의 공사계획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절차를 2년 내 마무리 지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산업부 역시 이날 회의 종료 후 배포한 자료에서 "기간 연장의 취지는 사업 재개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결국 산업부가 신한울 3·4호기 존폐를 직접 결정짓지 않고 급한 불부터 끈 뒤 다음 정권으로 책임을 넘기기 위한 임시방편을 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경우 그 피해가 납품 업체들에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점이다.
기자재 업체들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가 아예 취소되면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대응이라도 할 수 있지만, 기한만 연장되고 실질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발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 신한울 3·4호기의 조속한 공사 재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한수원에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전력기금을 활용하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다.
전력기금은 국민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에서 3.7%를 떼어내 적립한다. 탈원전 반대 진영에서는 정부가 탈원전에 따른 손실을 국민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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