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는 개조 화물기 다시 여객기로…FSC·LCC, 양극화 심화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수익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LCC도 FSC처럼 화물 운송 확대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화물 운송 경험과 능력 부족으로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 7조4천50억원 중 54%에 해당하는 4조2천507억원을 화물 부문에서 올렸다.
2019년 매출에서 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화물 운송 확대를 통해 전년보다 화물 매출이 66%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020560]도 지난해 매출액 3조5천599억원 중 60%인 2조1천432억원이 화물 매출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매출이 전년 대비 64%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화물기를 1대도 보유하지 못한 LCC는 부진한 여객 실적이 그대로 최악의 적자로 이어졌다.
지난해 LCC 최초로 여객기 B777-200ER을 화물 전용기로 개조해 화물 운송에 투입한 진에어[272450]는 지난주 다시 화물 전용기를 여객기로 복구했다.
진에어는 점차 늘고 있는 국내선 여객 수요를 맞추고, '카고 시트백'(객실 화물 가방) 성능 개량으로 여객기 화물 운송량이 늘어 여객기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화물 운송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중대형 항공기를 보유한 진에어가 화물 매출 감소에도 비중을 전년보다 늘리는데 성공했다.
진에어의 지난해 매출은 2천718억원, 영업손실은 1천847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 화물 매출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 화물 매출 비중은 4%를 기록했다.
2018년 0.6%, 2019년 0.5%인 화물매출 비중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1.9%였다.
여객기 좌석에 화물을 싣는 '기내 운송'을 시작한 제주항공[089590]과 티웨이항공[091810]도 화물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제주항공의 화물 매출은 2018년 3분기 70억, 2019년 3분기 72억원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 22억원으로 감소했다. 화물 매출 비중은 0.53%에서 0.69%로 올랐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3분기 화물 매출이 7억4천만원으로 비중이 0.3%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 화물 매출 30억원·비중 0.4%와 비교하면 각각 감소했다.
LCC들은 지난해부터 화물 운송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여객기 자체가 운항이 중단되면서 벨리 카고(여객기 화물칸)를 통한 화물 운송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객기로 운송할 수 있는 화물 품목이 제한적이어서 LCC가 옮길 수 있는 화물은 FSC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여객기에는 화물용 컨테이너를 실을 수 없기 때문에 대형 화물을 수송할 수 없다. 기내 운송의 경우 리튬이온 배터리가 포함된 전자기기, 드라이아이스, 화재 위험이 있는 물품을 수송할 수 없어서, 주로 단가가 낮은 의류나 섬유 등을 싣고 있다.
콜드체인(냉장 유통)이 요구되는 백신이나 신선 식품 등의 운송도 전용 컨테이너와 냉장 장치가 없어 LCC가 운송할 수 없는 품목이다.
기존 화물 운송 경험이 없어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한 점도 LCC의 화물 사업 강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화물은 한번 수송하고 끝이 아니라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여러번 수송한다"며 "대형항공사와 과거 계약을 맺은 화주들이 새롭게 LCC와 계약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한 실적 악화로 화물기를 새로 도입하기도 쉽지 않다. 진에어는 지난해 항공기 28대를 보유했지만, 현재는 24대만 보유 중이며, 제주항공도 올해 기단 규모를 축소할 예정이다.
아울러 항공화물 운임 지수가 하락하면서 화물 운송 수익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에 따르면 홍콩∼북미 노선 항공화물 운임은 지난해 12월 1㎏당 7.5달러에서 지난달 6.43달러로 떨어졌다.
LCC 업계 관계자는 "화물을 강화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여객 중심의 LCC가 체질을 단시간에 바꿀 수 없는 만큼 여객 수요 회복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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