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사우디인 위탁 훈련생 항공기지서 무차별 총격
"SNS서 정기적으로 급진적 사상 표출…사우디도 알았을 것"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2019년 미국 플로리다주 해군 항공기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인 훈련생이 벌인 총격 테러로 사상한 미군들의 가족이 사우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피해 미군 가족들은 총격을 가한 사우디인 위탁 훈련생 무함마드 사이드 알샴라니 소위의 반미 사상과 급진화를 사우디 정부와 그의 동료들이 사전에 인지했다면서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군사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한 훈련생이었던 알샴라니는 2019년 12월 6일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해군 항공기지에서 총격 테러를 벌여, 미군 세 명을 살해하고 13명을 다치게 했다. 알샴라니는 당시 현장에서 사살됐다.
사건 발생 약 두 달 뒤인 지난해 2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는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며 그를 '영웅'이라 부르는 영상을 공개했다.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도 알샴라니가 2015년 과격론자가 됐고, AQAP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여러 해 동안 총격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피해 미군들의 가족은 알샴라니의 급진화와 반미 성향이 표출된 게시물이 그의 이름으로 된 트위터 계정과 연결됐고, 사우디 정부와 그의 동료들이 알샴라니의 소셜미디어 계정들을 팔로우하고 답글을 달았다는 내용을 소장에 적었다.
이어 "알샴라니는 사우디 공군에서 복무하는 동안 정기적으로 극단적인 근본주의 이념이 담긴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 중에는 반미·반유대 사상도 있으며 급진적인 이슬람 정서를 독려하는 글도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알샴라니는 생전 트위터에 "나는 악에 반대한다. 전체로서의 미국은 '악의 나라'로 변했다"면서 "무슬림뿐 아니라 인류에 대한 범죄를 지지하고, 후원하며 직접 저지르고 있어서 당신을 증오하는 것"이라는 등의 글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훈련생들이 소규모로 미국에 보내졌기 때문에 사우디 보안 당국이 알샴라니를 빈틈없이 관찰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알샴라니의 동료 훈련생들과 이들을 감독한 익명의 공군 고위 관계자도 그의 계획을 알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사우디 정부가 국제 테러 행위에 연루됐다고 볼 수 있으며, 주권국가는 다른 나라 법정의 피고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외국주권면제법(FSIA)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또 사우디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총격 피해 가족들에게 약속한 보상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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