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美국무,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통화서 밝혀…트럼프 정책 뒤집기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을 향해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이른바 '2국가 해법'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이스라엘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미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가비 아슈케나지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2국가 해법'이 이스라엘을 민주적인 유대인의 국가로서 보장하고, 이스라엘이 독자적이면서 민주적인 팔레스타인 국가와 평화롭게 공존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2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967년 이전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각각 별도국가로 공존하자는 구상이다.
1993년 오슬로평화협정 이후 중동평화 협상 과정의 중심 의제였지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정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실현 개연성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블링컨 장관의 2국가 해법 강조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입장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임기 초반 2국가 해법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고 재임 기간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국제기구를 통한 팔레스타인 지원 축소 등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고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1월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하며 '현실적 2국가 해법'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 내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등 여전히 이스라엘에 편향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정책과 거리를 두면서 팔레스타인과 관계를 모색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리처드 밀스 유엔주재 미국대사 대행은 지난달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경제 개발 및 인도적 지원을 복원할 뜻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거의 한 달이 돼서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한 것도 미국의 중동정책 변화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블링컨 장관은 아슈케나지 장관과 통화에서 2국가 해법을 꺼내는 한편으로 이스라엘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다자 무대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한 불공평하고 편향된 행위에 반대한다는 미국의 노력을 강조했다.
이 언급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달 초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와 동예루살렘의 사법 관할권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ICC의 판단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 이스라엘 전쟁범죄 혐의를 공식적으로 조사할 길이 열렸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ICC가 조작된 전쟁범죄를 수사한다면 순전히 반(反)유대주의적 행위일 뿐"이라며 반발했고, 미국 정부도 "이스라엘에 대한 ICC의 사법권 행사 시도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과 아슈케나지 외무장관은 통화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변함없는 동반자 관계를 확인하고 다른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다만, 국무부 발표에서 두 사람이 중동 내 주요 현안 중 하나인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는 언급은 없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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