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본인 자살, 세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증가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늘어난 자살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밝혔다.
나루히토 일왕은 61번째 생일(23일)을 앞두고 지난 19일 연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은 코로나19에 휘둘린 해였다"면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의 슬픔에 공감을 나타내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영향 때문인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다 함께 어떻게든 막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자는 전년보다 750명 늘어난 2만919명으로,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이어 11년 만에 증가했다.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남성은 135명 줄었으나 여성은 885명 증가해 여성 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올해로 즉위 3년째를 맞는 나루히토 일왕이 공개석상에서 국민의 자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여성의 자살이 늘어난 사회적 현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는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선 "신규 감염자 수가 다행히 전국적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사실을 언급한 뒤 "국민 여러분이 아픔을 함께 나누고 협력하면서 강한 인내심을 갖고 코로나19를 극복해 밝은 미래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해 코로나19 백신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내비쳤다.
나루히토 일왕은 내달 10주년이 되는 동일본대지진과 지난 13일 밤의 후쿠시마 앞바다 강진과 관련해선 "미증유의 재해로 인한 피해의 크기(규모)가 다시 떠 오른다"며 "(지진을)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야 함을 새삼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 생활을 계속하는 마사코(雅子) 왕비에 대해선 "새해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국민 여러분에게 함께 인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마사코 왕비는 내) 일상 활동을 받쳐주는 소중한 존재이고, 나도 최대한 힘이 되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왕세자 시절이던 1993년 결혼한 마사코 왕비는 2001년 아이코(愛子) 공주를 출산한 뒤 2003년 적응장애로 요양을 시작해 회복했으나 지금도 요양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언론은 나루히토 일왕의 거처인 도쿄 아카사카 고쇼(赤坂御所)에서 열린 이번 회견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참석자 수가 예년의 절반인 주요 언론사 각 1명으로 제한되고 일왕 앞에는 아크릴판이 설치됐다고 전했다.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왕이 생일을 맞아 일반 국민을 만나는 행사를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취소하고, 다른 축하 행사 규모도 대폭 줄였다.
한편 미국 정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명의로 22일(현지시간) 나루히토 일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 성명에서 일왕의 61번째 생일을 맞아 "미국 정부와 국민을 대신해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게 돼 영광"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우리의 소중한 파트너십이 심화·확대되는 가운데 일본을 다시 방문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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