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 태국 방문"…'아세안 역할'' 인니 장관 면담?
SNS서 "군부 인정하는 꼴·미얀마 국민 편에 서달라"…인니 대사관 앞서 시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대한 외교적 해법으로 '아세안 참관 하의 총선 재실시'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얀마 국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목숨을 걸고 쿠데타를 규탄하는 미얀마 국민의 뜻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군부 쿠데타를 정당화해줄 뿐이라는 비판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어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은 24일 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 운나 마웅 르윈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이 태국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교도 통신도 외교 소식통을 인용, 같은 내용을 전했다.
군 출신인 테인 세인 정부의 외교장관이었던 그는 쿠데타 이후 군정에 의해 외교 수장으로 복귀했다.
소식통은 운나 마웅 르윈 장관이 아세안 차원의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협의를 위해 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가 태국을 방문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난 1일 발생한 쿠데타 이후 군정 장관이 외국을 방문한 첫 번째 사례다.
이번 보도는 아세안 핵심국가인 인도네시아가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대한 아세안 차원의 해법을 찾는 상황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은 오는 25일 미얀마를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관련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확산하자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이날 오전 방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레트노 장관은 현재 태국을 방문 중인 것으로 알려져, 군정 외교장관의 태국 방문이 레트노 장관 면담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아세안 차원의 해법과 관련, 인도네시아는 미얀마가 새 총선을 공정하게 치를 수 있도록 아세안 회원국이 선거 감시단을 보낼 것을 제안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한 반발이 나오자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미얀마의 새 선거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이날 군정 외교장관의 태국 방문 보도로 의구심이 다시 커졌다.
미얀마 현지에서는 SNS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일었다.
한 네티즌은 "아세안이여, 우리 투표(결과)를 존중하라. 재선거는 필요없다"라고 적었고, 다른 네티즌은 "인도네시아여, 우리 편에 서달라. 군사 쿠데타를 지지하지 말아 달라"라고 촉구했다.
"우리는 목숨을 내놓고 시위하는데, 총선을 재실시하자는 건 미얀마 군부를 인정하는 얘기"라는 글도 올라왔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압승으로 귀결된 지난해 11월 총선에 심각한 부정이 있었음에도 정부가 이를 해결하지 않아 쿠데타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 군부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양곤 시내 인도네시아 대사관 앞에서도 시위대 수백명이 몰려가 '총선 재실시 반대'를 외쳤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양곤 등 주요 도시에서는 19일째 쿠데타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양곤에서는 소수 민족이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참여 중인 에너지부 직원들과 함께 거리 시위에 나섰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와 아시아민주주의 연구소 등 130여개 인권·시민단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회원국에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한 무기 수출금지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어떤 형태의 군 관련 장비의 판매 또는 이전은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추가적인 시민 탄압의 수단을 제공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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