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리투아니아 등서 중국기업 배제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유럽 내 일부 국가들이 자국 경제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차단하기 시작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유럽에서 공격적으로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데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작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공공 입찰이나 투자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루마니아와 리투아니아는 공공 입찰에서 중국 기업의 참여를 차단하는 광범위한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는 이달 초 공공조달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중국 기업의 참여가 사실상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지난 17일 중국의 보안검색 장비 업체 누크테크가 리투아니아 내 공항 2곳에 납품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 당국의 통제를 받는 누크테크는 미국 정부가 작년 12월 특정 거래를 금지한 중국 기관들의 명단에 포함됐다.
누크테크는 리투아니아 정부의 납품 금지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체코에서도 원자력발전, 고속도로, 철도, 선박컨테이터 터미널 등 다양한 분야의 공공 입찰에서 중국 기업의 참여가 중단됐다.
그리스에서는 중국 운송회사가 그리스 내 가장 큰 항구의 최대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허용할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WSJ은 유럽의 '차이나머니' 차단이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와 중국 계약업체의 성과에 대한 실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 무역 마찰을 빚는 미국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루마니아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인 안드리아 브린자는 냉전 시기 옛 소련의 영향권에 있었던 유럽 국가 대부분이 안보를 미국에 의존했다며 이런 국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서 누구 편이라는 점을 보이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단 바나 루마니아 부총리는 최근 자국이 중국에 냉담한 것에 대해 "미국,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동반자 관계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중국 기업 누크테크의 납품 금지와 관련해 "거래가 국가 안보의 이익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유럽에서 차이나머니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소수이고 중국 기업이 유럽 내 공공입찰을 따내는 사례는 최근 늘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중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였다.
특히 미국은 동맹을 향해 안보 위협 등을 거론하며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부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올해 1월 출범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무역전쟁이 완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8일 CNBC 방송에서 "현재로서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혀 중국 정부의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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