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장단기 금리차, 과거와 비교해 다소 높아"

입력 2021-02-25 13:30  

[일문일답] 이주열 "장단기 금리차, 과거와 비교해 다소 높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최근 금융시장 장·단기 금리 차이와 관련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평균과 비교하면 현재의 금리차가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진행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 새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고, 그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져서 장기 금리도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다면 취약차주 중심으로 채무 부담이 커지고 주식 등 자산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

--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 원자재 가격 급등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가 높아졌다. 다음은 기상 이변에 따른 작황 부진, 일부 원자재 채굴 차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등 공급 측면 애로다. 또 하나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함에 따라서 위험자산 선호가 확대된 것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해서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최근 미국에서 시작된 인플레이션 논쟁과 관련해, '현재 인플레이션은 좋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는가.
▲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쪽은 미국 새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큰 폭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쪽에서는 과거의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지속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맞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본격적인 수요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하지만 물가상승 가능성을 유의할 필요는 있다. 경제활동 제한조치가 완화되면 억눌려있던 소비가 짧은 시간에 분출될 수 있다.
-- 이번에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조정을 하지 않았다. 정부 4차 재난지원금과 백신 보급 사항은 얼마나 반영했나.
▲ 백신 접종은 올해 11월에는 집단면역까지 간다고 하는 정부 방역 당국의 계획치를 수용했다. 4차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추경은 아직 지출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반영하지 않았다.
-- 민간소비는 예상보다 부진하고 수출은 양호하다고 평가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대면 서비스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그 부분에 종사하는 계층을 중심으로 소득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조정됐고, 예상보다 오래 지속됐다. 그래서 소비가 더 부진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경기 회복세가 어느 정도, 언제 회복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소비에 달려 있다.
-- 최근 한국 경제가 오히려 유동성 함정에 빠지면서 저금리 저물가가 지속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지 않는 것은 유동성 함정에 빠져서라기보다는 코로나19라는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경제활동 자체가 정상화하지 못하는 데 기인한 것으로 본다. 저물가도 경기요인 외에 고령화, 온라인거래 확대 등 구조적 요인이 있다.
-- 국고채 3년물과 기준금리의 차이가 0.5%포인트를 넘어가는 등 장·단기 금리 차이가 벌어졌다.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나.
▲ 장단기 금리차 확대는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장기 금리가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됐다. 미국 새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고, 그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져서 장기 금리가 크게 올랐다. 현재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인지는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비교하면 최근의 차이는 다소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다면 취약차주 중심으로 채무 부담이 커지고 주식 등 자산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 있어 지켜보고 있다.
-- 최근 한국은행의 국고채 직매입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유는.
▲ 한은법 75조를 보면 한은이 국고채를 직접 인수할 수 있게 돼 있다. 발권력을 이용한 재정자금 조달을 법으로 허용하는 것인데, 1950년 제정됐다. 당시는 정부의 재정기반, 세입 기반이 매우 취약했고 국채시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다. 지금은 정부 재정이 상당히 건실해졌고 국채시장도 발달했다. 주요국도 중앙은행 직접 인수는 법으로 금지하는 게 대부분이고 중국도 금지하고 있다. 지금 한국이 국고채를 직접 인수하게 된다면 건전성에 대한 의심을 일으킬 수 있다.
-- 시장에 국고채 단순매입에 체계화에 대한 기대가 있다. 의견은.
▲ 한은은 국고채 수급 불균형으로 장기 시장금리가 일시적으로 불안해지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국고채 매입을 추진해 왔다. 작년에 11조원 규모 매입을 했다. 올해도 필요하면 국고채 매입 시기나 규모, 주기를 사전 공표할 계획이다. 다만 이것은 장기 금리의 변동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고 하는 것이지 일부 국가의 자산매입정책 정례화와는 다르다.
-- 정부가 손실 보전을 보증한다면 미국의 급여보호프로그램(PPP)과 같은 정책을 전향적으로 도입할 의향이 있나.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하는 PPP는 고용안정을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정부 보증을 통해서 소기업을 지원해주는 대출 프로그램이다. 한국은행도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용해 왔고 작년에 확대했다. 중앙은행이 저리 자금을 운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보증 여부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중앙은행 운신의 폭은 상당히 넓다.
hye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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