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아르메니아 질서 유지 지지"…카라바흐 휴전 무산 우려
러 국방부 "논란 '이스칸데르' 미사일 카라바흐 분쟁서 사용안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하고 군부와 총리 간 충돌로 인한 아르메니아 정국 혼란 사태를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아르메니아 측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통화에서 현지 정세가 논의됐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아르메니아의 질서와 평화 유지, 법률 테두리 안에서의 사태 해결 등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바가르샥 아루튜냔 아르메니아 국방장관도 이날 전화통화를 하고 아르메니아 사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아르메니아 지도부가 이날 긴급 통화를 한 것은 아르메니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정국 혼란 사태 때문이다.
앞서 이날 아르메니아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과 부총참모장 등 총참모부 지도부가 파쉬냔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자, 총리는 군부의 성명을 "쿠데타 시도"라고 비난하면서 오닉 가스파랸 총참모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대통령제를 가미한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아르메니아 헌법에 따르면 총참모장은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한다.
아르멘 사르키샨 대통령실은 파쉬냔 총리로부터 총참모장 해임 제청을 받았으나 대통령이 아직 서명은 안 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영유권 분쟁으로 인한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에서 아르메니아가 참패한 것과 관련, 세르슈 사르그샨 전(前) 대통령이 전투 초기에 러시아제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를 사용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르그샨 전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 파쉬냔 총리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이에 제1부총참모장 티란 하차트랸이 다시 파쉬냔의 발언이 신중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면서 논쟁이 총리와 총참모부의 대결로 번졌다.
이후 하차트랸이 파쉬냔 총리에 의해 해임되자 총참모부는 총리가 국가의 이익이 아닌 개인감정에 근거해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총리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총리와 총참모부가 '강대강' 대결로 치닫자 파쉬냔 총리 지지파와 반대파 수만 명이 각각 수도 예레반 시내 광장으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이면서 양측 간에 일촉즉발의 긴장이 조성됐다.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의 정국 혼란으로 지난해 간신히 성사시킨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분쟁 관련 휴전 합의가 무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해묵은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영유권을 두고 교전을 벌였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11월 푸틴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하고 휴전 조건을 담은 3자 공동성명을 발표했었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아르메니아군이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사용한 이스칸데르 미사일 시스템이 폭발하지 않았다거나 10% 정도밖에 폭발하지 않았다는 파쉬냔 총리의 발언을 의문과 놀라움을 갖고 봤다"면서 "파쉬냔 총리가 잘못 보고를 받아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이어 "객관적이고 확실한 정보에 따르면 이 유형의 미사일 시스템(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과정에서 사용되지 않았다"면서 "아르메니아가 보유한 모든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무기고에 보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시리아 내 대테러전에서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사용됐다"면서 "이는 이 미사일이 동급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간주할 충분한 근거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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