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의 결정 권한 법적 검토…온두라스·체코 등에는 일부 백신 도착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이스라엘이 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나라에 제공하려는 계획을 중단했다.
이미 전 국민의 절반이 1회차 백신을 접종한 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도로 잉여 백신을 해외에 제공하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AFP 통신에 따르면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잉여 백신의 해외 제공 계획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시작된 뒤 중단 방침을 밝혔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아비차이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이 백신 공여 계획에 대한 총리의 결정 권한을 살펴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국가 안보 자문은 백신 공여 계획에 대해 총리실에서 무단으로 결정됐다는 문제가 제기된 이후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에게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과 백신을 요청한 일부 국가에 남는 백신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스라엘과 가까운 관계인 온두라스와 체코 등에 이스라엘이 보낸 백신이 도착했다.
온두라스는 이날 5천회분의 백신을 받았다. 체코의 토마스 페트리체크 외무장관도 수천회분의 백신이 도착했다고 말했다.
간츠 장관은 백신의 해외 제공이 "적절한 토론"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중단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중도성향의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 대표인 간츠 장관은 다음달 총선에서 우파성향의 리쿠르드당을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와 맞선다.
이스라엘의 백신 해외 제공 계획은 팔레스타인 측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의 리야드 알말키 외무장관은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PA는 이스라엘이 점령지역인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에 백신을 공급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PA에 백신 2천회분만 제공했다.
이스라엘의 점령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 지구에는 520만 명의 팔레스타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슬로협정 내용상 PA가 백신 공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PA는 세계보건기구(WHO) 주도의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 및 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달에 PA는 코백스를 통해 3만2천회분의 백신을 받을 계획이다.
코로나19 검사를 통한 확진율이 서안에서 21%, 가자에서 29%에 달해 감염 상황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