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7선 의원 출신 에밀리 라우 민주당 국제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중국, 범민주진영 선거압승 뒤집고 싶어해…한국인들, 목소리 내주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미래가 비관적이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범민주진영 활동가로서 저는 선봉에 남을 것이고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홍콩 최대 야당 민주당의 국제위원회 위원장인 에밀리 라우를 지난 25일 홍콩 외신기자클럽에서 만났다. 만 69세, 7선 의원 출신 베테랑 정치인은 시종 온화했지만 강단 있는 답변을 이어나갔다.
언론인을 거쳐 정치인으로 변신해 2016년까지 25년간 홍콩 의회인 입법회 의원을 지내고, 4년간 민주당 주석을 맡았던 인물이다.
인터뷰 도중 몇몇 외신기자가 그에게 불쑥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지나갔다. '홍콩의 중국화'에 가속이 붙은 상황에서 홍콩 유력 야당 정치인에 대한 지지의 표시로 보였다.
◇ "중국공산당, 무엇을 한들 놀랍지 않아. 다만 우려스럽고 두려울 뿐"
지난해 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됐고, 11월에는 홍콩 입법회 야당의원 4명의 자격이 박탈됐다. 이에 항의해 다른 야당 의원 15명 전원이 사퇴하면서 입법회에는 친중 의원만 남았다.
지난 23일에는 공직자가 기본법과 정부를 향한 충성서약을 위반할 경우 자격을 박탈하고 5년간 공직에 출마할 수 없다는 내용의 새로운 조례안이 발표됐다. 2019년 구의원 선거에서 452석 중 388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둔 범민주진영 구의원들을 타깃으로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내달 초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는 반대파의 출마를 봉쇄하기 위해 홍콩의 선거제를 전면 개혁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라우 위원장은 "중국공산당이 무엇을 한들 놀랍지 않다. 다만 심히 우려스럽고 두려울 뿐이다"고 말했다.
"많은 구의원들의 자격이 박탈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충성서약을 해도 그 진의가 의심스럽다며 자격을 박탈할 것입니다. 범민주진영은 2019년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중국은 그 결과를 뒤집고 싶어합니다. 압승을 거둔 상태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들이 홍콩의 정치시스템, 범민주진영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홍콩을 그렇게 탄압해서는 안된다고 유럽연합(EU)이 목소리를 내고 있고, 영국과 미국이 얘기를 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홍콩, 고도의 자유 누렸지만 사라져. 어떤 것도 당연시하면 안 돼"
라우 위원장은 2012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후 자유를 누리던 홍콩의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집권 전까지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매우 악화했다. 우리는 매우 불행해졌다"고 밝혔다.
"홍콩은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었지만 특이하게도 고도의 자유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은 모두를 겁먹게 만들었고 우리가 누리던 자유는 사라졌습니다. 중국의 홍콩 탄압에 질려 많은 이들이 홍콩을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태국과 미얀마를 보세요. 언제든 갑자기 상황이 바뀔 수 있습니다.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면 안 됩니다. 지금 누리는 것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경계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홍콩에서는 지난해 9월 입법회 선거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전격 연기됐다. 범민주진영이 구의원 압승의 여세를 몰아 입법회에서도 다수당이 되겠다며 바람몰이를 하던 와중이었다.
라우 위원장은 "올해 입법회 선거도 또다시 연기될 수 있고 입후보할 인물 모두가 자격박탈 될 수도 있다. 중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은 입법회 선거에서 후보를 낼 것"이라며 "중국이 친정부 후보만 출마하게 한다면 그때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진정한 종말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돼도 우리는 계속해서 민주 정부와 자유, 법치와 개인의 안전을 위해 싸울 겁니다. 상황이 악화하면 더 많은 이들이 떠나겠지요. 하지만 남아서 투쟁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그들은 체포되고 투옥되겠지요. 그러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는 최근 홍콩의 대표적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사주이자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미 라이(黎智英)를 면회하고 왔다.
"지미 라이는 잘 지내고 있어요. 홍콩 감옥은 위생적이고 고문도 없습니다. 부디 라이가 중국에 넘겨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우리는 그를 면회할 수도 없고 그는 아주 나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라우 위원장은 "나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용감히 싸운 한국인들을 존경한다"며 "한국인들이 홍콩에서 인권유린이 벌어지면 홍콩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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