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 대부분 퇴출당했지만 크래프톤은 고수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이 '판교발(發) 연봉 인상 레이스'에 제대로 불을 댕겼다.
개발자는 2천만원, 비개발자는 1천500만원씩 연봉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앞서 나름 큰 폭의 연봉 인상안을 내놓은 넥슨·넷마블 등을 머쓱하게 만들면서 상황을 살펴보고 있던 엔씨소프트[036570] 등의 계산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이런 파격적 연봉 인상의 바탕엔 강한 실적 성장이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 1조2천370억원, 영업익 6천813억원을 올렸다. 이는 2019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8배, 4.27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외형적인 경영 성과는 물론 그간 썩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온 직원 대우에서도 이제 '3N'에 버금가는 대형 게임사로 자리 잡은 크래프톤이지만, 유독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제도가 있으니 바로 포괄임금제다.
포괄임금제는 연장근로수당을 비롯한 법정수당을 실제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거나, 기본급 외 수당을 시간별로 계산해 주지 않고 정액으로 일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일을 더 한 만큼 돈을 더 주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로서는 회사가 '공짜 야근'을 마음대로 시킬 수 있도록 악용하는 제도로 여겨져 왔다.
한때 '크런치 모드(강도 높은 마무리 근무 체제)'로 대표되는 노동자 혹사 논란에 몸살을 겪은 게임 업계에서는 대부분 노사 합의로 포괄임금제를 퇴출한 상황이다.
그러나 크래프톤은 안팎의 질타에도 유독 포괄임금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경영진의 철학으로 봐야 한다.
크래프톤 창업자이자 개인 최대 주주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은 일주일에 40시간을 기본으로, 최대 52시간 이상 일할 수 없게 해놓은 현재 근로기준법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적인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장 의장은 현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장을 지냈다.
크래프톤의 최고경영자(CEO) 김창한 대표는 이번 연봉인상안을 발표하면서 포괄임금제의 유지를 못 박았다고 한다.
물론 파격적인 연봉 인상에 묻혀 포괄임금제에 대한 볼멘소리는 당분간 잦아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크래프톤이 이번에 발표한 '효율보다는 효과, 성장보다는 가치가 중심이 되는 전략적 방향성', '프로젝트 중심이던 조직 운영 방식이 인재 중심으로 무게 이동'이라는 구호와는 결이 맞지 않는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러 면에서 나름의 실험을 펼치고 있는 크래프톤의 고집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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