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문민정부 대표" 유엔서 국제사회 호소…네티즌 "진정한 영웅·용기에 경의"
군정, '미얀마 배신' 대사직 해임조치…대사 "할 수 있는 한 맞서 싸울 것"결기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더 미얀마 국민에 의해 선출된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이끄는 문민정부를 대표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하고자 합니다"
유엔 총회 연설에서 군부 쿠데타의 즉각적인 종식과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 주유엔 미얀마 대사의 용기에 미얀마 안팎에서 찬사가 잇따르고 있다.
시퍼런 군사정권의 서슬에 공직자 대다수가 바짝 엎드린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쿠데타를 규탄한 사실상 첫 미얀마 고위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자신은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은 군사정권이 아닌 민의로 세워진 문민정부를 대표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쿠데타는 용납될 수 없고 반드시 실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쿠데타를 즉각 종식하고 무고한 시민에 대한 억압을 멈추도록 하는 한편 국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정을 비판한 초 모 툰 대사의 연설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가 연설을 끝내면서 미얀마 국민들 사이에서 쿠데타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사진도 SNS에서 확산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 게임'에 나온 것을 차용한 것으로, 태국의 반정부 시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됐지만, 쿠데타 이후에 미얀마 국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각국 유엔 대사도 트위터 등을 통해 그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초 모 툰 대사의 용기 있고 분명한 성명을 칭찬한다"며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그들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적었다.
초 모 툰 대사의 용기 있는 행동은 특히 미얀마인들에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영웅'이라는 칭찬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초 모 툰 대사가 떨리는 목소리지만 용감하게도 미얀마 국민과 CRPH(연방의회 대표 위원회·작년 총선에서 당선된 문민정부 의원들의 모임) 편에 서며 감동적 연설을 했다"면서 "당신의 용감함에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이분이 진정한 미얀마의 대표다. 우리의 목소리를 전 세계가 듣게 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 당신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가 한 연설이 담긴 동영상과 성명 전문도 널리 퍼지고 있다.
초 모 툰 대사의 '예상 밖 발언'에 일격을 당한 군정은 다음 날 그를 유엔 대사직에서 해임했다.
국영 MRTV는 초 모 툰 대사가 고국을 배신했다며 대사직에서 해임됐다고 전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 전화 통화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맞서 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작년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문민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