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서 장례식 거행…조포발사·추모비행 등 예우
딸 추도사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메시지는 영원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을 위해 500억원 넘게 모금해 감동을 안긴 영국 노병의 장례식이 27일(현지시간) 군장(軍葬)의 예를 갖춰 열렸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잉글랜드 베드퍼드에서 톰 무어(100) 경의 장례식이 거행됐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무어경의 가족만 참석한 장례식은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생중계됐다.
군인들이 관에 담긴 그의 시신을 운구했고 조포를 발사했다. 통상 왕실 일원, 국가수반, 전쟁 영웅 등의 장례식에서 볼 수 있는 왕립공군의 추모비행도 이뤄졌다.
그의 딸인 루시 테세이라는 추도사에서 "아버지, 당신이 일생에 거쳐, 특히 작년 한 해에 이룩한 일들이 자랑스럽습니다"라면서 "아버지는 우리를 떠났지만 당신의 메시지와 정신은 영원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무어 경을 위해 온라인에 마련된 추모 페이지에는 수천 명이 서명하고 애도의 메시지를 남겼다.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인 무어 경은 지난해 자신의 100번째 생일을 앞두고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기부할 1천파운드(약 157만원) 모금을 목표로 정원 100바퀴를 도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후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보행기에 의지한 채 걷는 그의 모습에 감동한 전 세계인들은 당초 모금액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약 3천280만파운드(약 515억원)를 기부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무어 경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했고, 예비역 육군 대위였던 무어 경은 '명예 대령'으로 임명됐다.
그는 자서전을 출간하고 자선단체를 설립했으며, 자신의 일생을 다룬 영화의 판권 계약을 한 제작사와 체결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과 언론 인터뷰 등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던 그는 이달 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지난 2일 별세했다.
무어 경은 지난해 5월 NYT의 인터뷰에서 참전 당시 국가가 자신을 비롯한 군인을 지원했듯이 자신도 의료진을 돕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우리는 최전선에서 싸웠고 일반 국민은 우리 뒤에 있었다. 지금은 의료진이 최전선에 있다"라면서 "우리가 도움받았던 것처럼 이들을 뒷받침하는 게 내 세대의 일"이라고 사의를 나타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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