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 과반 붕괴 가능성…연립정권 유지하더라도 영향력 약화
코로나 대응 미숙·의원 비위 악재…스가 끌어내리기 가능성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의 지지율이 하락한 가운데 중의원을 해산하면 집권 자민당 의석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대응 미숙과 여당 의원의 비위 및 부적절한 처신 등 악재가 겹치면서 2012년 말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발족 후 정국을 주도한 자민당의 영향력이 크게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올해 총선이 예정되면서 당내 권력 투쟁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28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이 중의원 해산 상황을 가정해 작년 12월 물밑에서 정세(情勢) 조사를 했더니 전체 의석이 50석 안팎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복수의 당 관계자가 밝혔다.
일본 중의원 의원 정원은 465명이고 이 중 자민당 의원이 278명으로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의원이 50명 줄어 228명이 되면 중의원 의석 비율은 약 49%로 떨어져 과반 의석이 붕괴한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을 합하면 여전히 과반을 차지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자민당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올해 10월에 중의원 임기가 종료하므로 스가 총리가 국회를 해산하지 않더라도 수개월 내에 총선이 실시될 전망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자민당 현직 의원 중 50명 정도가 조만간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경고라서 당은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
아사히는 "선거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정권 시절부터 5년 가까이 당 이인자로 군림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에 대한 불만도 커가고 있다.
농림수산상 재직 시절 달걀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을 제공한 요시카와 다카모리(吉川貴盛) 전 중의원 의원은 니카이(二階) 파벌의 사무총장을 지냈다.
2019년 참의원 선거 때 유권자 매수 혐의로 최근 유죄 판결이 확정된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전 의원도 니카이 파벌 소속이었다.
측근들이 문제를 일으킨 것 외에도 니카이가 여론을 자극하는 발언을 내뱉는 것도 당내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
니카이 간사장은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던 모리 요시로(森喜朗) 씨가 여성 멸시 발언을 하고 이에 올림픽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이들이 항의해 사퇴하자 "(상황이) 진정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사태를 가볍게 여기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자민당 한 파벌 간부는 "간사장이 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스가 총리는 파벌이 없는 상태에서 주요 파벌의 합의를 토대로 총리직을 차지해 권력 기반이 상대적으로 불안하다.
선거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면 자민당이 총선 전에 스가를 끌어 내리고 당의 얼굴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스가가 물러난다면 누가 차기 자민당 총재 및 일본 총리가 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을 총괄하는 장관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이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조회장,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간사장 대행,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 담당상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작년 9월 출범 당시에는 60%대를 기록했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30%대에 머물고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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