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배후 근거는 제시 안 해…이란 외무부 대변인 강력 부인
"화물선 폭발에 선박 부착형 폭발물 사용된 듯"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오만 인근 걸프 해역에서 발생한 자국 화물선 폭발의 가해자로 이란을 지목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를 공습한 데 이어진 이스라엘 화물선 폭발이 중동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형국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된 공영 칸(Ka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것(화물선 폭발)은 명백하게 이란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은 이스라엘의 최대 적이다. 나는 이란을 제지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모든 지역을 타격한다"는 말로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겠다며 써왔던 표현이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화물선 폭발의 가해자라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란은 즉각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을 부인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TV를 통한 회견에서 "우리는 그런 주장을 강력하게 거부한다. 걸프만의 안보는 이란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서는 '이란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고 했고, 그의 주장은 '공포 유발 행위'로 규정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오만 인근 걸프 해역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이스라엘 회사 소유의 자동차 운반선 'MV 헬리오스 레이'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배의 좌현과 우현 흘수선(선체가 물에 잠기는 한계선) 위쪽에 지름 1.5m의 커다란 구멍이 생길 정도로 충격이 컸다.
현재 선박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항으로 이동해 조사와 수리 절차를 밟고 있다.
아직 폭발 경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현지 언론에서는 '선체 부착형 폭발물'(Limpet mine)에 의한 피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채널 12 방송은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선체 검사 결과 이번 폭발이 쾌속정을 이용한 특공대원들의 폭발물 부착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본격적인 대이란 보복 공격을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시리아군은 28일 저녁 이스라엘군이 골란고원 방향에서 수도 다마스쿠스 지역 일부를 향해 공습을 감행했으나 미사일 대부분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 감시 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 타깃은 이란혁명수비대와 헤즈볼라가 주둔한 다마스쿠스 남부 사이이다 자이납 지역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스라엘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화물선 폭발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이 공습 이전에 녹음된 것이어서 이번 공습이 이란에 대한 보복 차원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이에 앞서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 군 참모총장은 화물선 폭발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해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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