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경찰, 시위대에 또 실탄 발사…최소 3명 중상(종합2보)

입력 2021-03-03 00:02   수정 2021-03-03 12:00

미얀마 경찰, 시위대에 또 실탄 발사…최소 3명 중상(종합2보)
성과 없이 끝난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서 수치 고문 석방요구 잇따라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미얀마 경찰이 2일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또다시 실탄을 발사, 최소 3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를 향한 미얀마 군경의 실탄 발포는 최소 18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한 지난달 28일 '피의 일요일' 이후 이틀 만이다.

특히 이날은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지만, 미얀마 군정은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는 별다른 성과 없이 맥없이 끝났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과 제2 도시 만달레이 등 다수 지역에서 대규모 쿠데타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탄으로 강경 진압해 부상자가 속출했고, 시위대 다수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특히 북서부 깔레이 타운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 3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AFP통신이 의료진 등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구조대원은 "깔레이에서 군경의 진압으로 20명 가량이 부상했고, 실탄을 맞은 3명은 위독하다"고 말했다.
인근 병원에서 부상자를 치료한 한 의사는 "한 명은 허벅지, 다른 한 명은 복부에 (총탄을) 맞았고 또 다른 한 명은 가슴에 맞았는데 그의 상태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로이터 통신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깔레이 타운에서 4명이 경찰의 실탄에 맞아 부상했고, 다수가 고무탄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양곤 시내 아웅산 장군길에서도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실탄과 고무탄, 섬광 수류탄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양곤에서 경찰이 실탄을 시위대를 향해 발사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이날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미얀마 군부가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고문의 석방과 민주주의 회복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운나 마웅 르윈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이 내정 불간섭 원칙을 깨고 수치 고문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특히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교장관은 수치 고문의 즉각 석방과 쿠데타 이전 상태로의 완전한 복귀를 촉구했고,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도 민주주의 회복과 정치범 석방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해 "그 길로는 미래가 없다"고 지적하고, 시위대 유혈 진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회의 후 나온 아세안 의장 성명은 모든 당사자가 더 이상의 폭력을 부추기는 행위를 자제하고 건설적인 대화와 화해를 통해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해나갈 것을 촉구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나왔다.

'아세안 해법'을 주도한 인도네시아의 레트노 장관은 회의 후 "미얀마가 아세안에 문호를 개방하지 않으면 미얀마를 돕고자 하는 아세안의 선의와 바램은 실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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