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부·크렘린궁 '상호주의' 보복 경고…러-서방 갈등 심화 우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중독 및 투옥 사건과 관련해 대러 제재 조치를 취한 데 대해 러시아가 연이어 보복을 경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과 EU의 대러 제재 발표가 나온 2일(현지시간)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미국 행정부가 EU와 듀엣으로 '모스크바 징벌'을 위한 또 다른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적대적인 대러 공격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자체 내부 문제로 혼란스러운 백악관은 또다시 외부의 적 이미지를 조장하려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이 같은 미국의 정책은 논리나 의미가 없으며, 이미 완전한 동결 상태까지 이른 양자 관계를 더 약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외무부는 "제재의 동기로 나발니가 모종의 군사용 화학물질에 중독됐다는 의도적으로 조작된 도발을 제기한 것은 부조리의 극치"라면서 "이 모든 것은 단지 우리의 내정에 대한 노골적 간섭을 계속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비대칭적일 수 있는 상호주의 원칙에 근거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호주의에 따라 대응하되 미국보다 더 심한 제재로 보복할 수 있다는 위협이었다.
외무부는 "미국의 '제재 집착'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모든 공세를 격퇴하면서 자국의 국가이익을 지속적이고 단호하게 수호할 것"이라면서 "(서방) 동료들이 불장난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3일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도 러시아는 화학무기 폐기 의무를 이행했지만, 미국은 아직도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화학무기를 계속 보유하고 있다면서 대미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대응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미 준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2일 미국과 EU의 대러 제재 발표에 대해 "당연히 대응할 것이다. 누구도 상호주의라는 외교 규정 가운데 하나를 취소하지 않았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크렘린궁도 대서방 비난에 가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일 "우리는 서방 제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면서 "그것은 그러잖아도 최악의 상태에 있는 (러시아-서방) 관계를 심하게 훼손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관청이 미국과 EU의 대러 제재에 대한 맞제재안을 마련해 국가 지도부에 보고할 것이고 그에 대한 승인이 이루어지고 나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맞제재는 국제관계의 기본인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앞서 2일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 독살 시도의 배후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7명의 러시아 고위관리, 5곳의 연구소 및 보안기관, 14개 기업체 등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이날 나발니 사건과 관련 4명의 러시아 고위 공직자들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했다.
서방의 대러 추가 제재에 러시아가 보복을 다짐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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