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해산·변호사 해임…"정치와 거리 두려는 것"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후 최대 규모 기소 사건이 홍콩 야당 정치인들의 잇단 탈당으로 이어졌고 시민단체가 해산을 발표하기도 했다.
홍콩보안법이 홍콩 내 반대파 탄압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홍콩 야권의 전열이 흐트러지는 모습이다.
4일 홍콩 명보는 지난달 28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콩 범민주진영 인사 47명 중 5명이 전날 소속 정당에서 탈퇴했다고 해당 정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홍콩 제2 야당인 공민당에서는 앨빈 융·쿽카키·제프리 탐 전 입법회 의원과 리웨순 구의회 의원이 탈당했다.
또 홍콩 양대 노동단체 중 하나인 홍콩직공회연맹(CTU)의 캐럴 응 주석은 노동당을 탈당했다.
기소된 이중 벤터스 라우 홍콩민간집회단대(HKCAT) 대표는 전날 밤 변호사를 통해 단체의 해산을 공식 발표했다.
HKCAT는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주요 역할을 한 시민단체다.
이와 함께 명보는 기소된 이들 중 최소 10명이 변호사를 해임하고 스스로 변호를 하겠다고 법원에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공민당을 탈당한 4명의 정치인과 민주당 람척팅 전 입법회 의원 등이 변호사 해임을 밝혔다.
이중 제프리 탐 전 의원은 법정에서 변호사 해임 후 스스로 변호에 나서면서 수 차례 감정에 북받쳐 울먹였다.
다만, 이들은 탈당 사유나 변호사 해임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공민당은 추후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정치인들의 탈당에 대해 "자신들을 위험에 처하게 한 정치로부터 스스로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47명에 대한 보석 심리를 사흘 동안 진행한 웨스트카오룽 법원은 일부 피의자들이 변호사를 해임함에 따라 4일 심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이들에 대한 보석 불허를 요청하면서 추가 조사를 위해 오는 5월 31일까지 다음번 심리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SCMP는 "홍콩보안법의 보석 허가 요건이 엄격한 것을 고려하면 정식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피의자들은 수년간 구금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보석 심리가 열리는 동안 법원 밖에서는 저항의 상징인 검은옷을 입은 시위대가 모여들어 피의자들에 연대를 표시했다.
한편, 빈과일보의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의 전 임원 스티븐 팅이 국가보안법 담당 경찰들에 의해 지난 2일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가 3일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빈과일보가 보도했다.
넥스트디지털에서 18년간 재직한 팅은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의 측근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팅의 체포와 관련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100번째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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