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협하는 태양 고에너지 입자 발원지 처음으로 찾아

입력 2021-03-04 11:15  

지구 위협하는 태양 고에너지 입자 발원지 처음으로 찾아
태양 저층 대기 플라스마…우주기상 예보 한걸음 더 접근
파커·솔라오비터 등 태양탐사선 자료 입수되면 급진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태양이 쏟아내는 고에너지 입자는 지구에 도달해 위성 장애를 일으키거나 대규모 정전사태를 유발하는 등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우주선에 탄 우주비행사를 방사선에 노출시켜 치명적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지난 1859년 미국과 유럽의 전신망을 마비시킨 '캐링턴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현대사회가 당시보다 전자기기 의존도가 훨씬 더 높은 만큼 잠재적 피해 위험은 더 커졌다.
이런 위험한 고에너지 입자 방출을 일기예보처럼 예측하기 위한 노력으로 태양의 고에너지 입자가 어디서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관한 연구가 진행돼 왔는데, 드디어 발원지를 지목한 첫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 따르면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의 태양 천체물리학자로 UCL '멀라드 우주과학실험실'(MSSL) 명예 부교수를 맡은 데이비드 브룩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고에너지 입자의 화학 성분을 분석해 발원지를 밝혀낸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 위치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윈드 위성이 지난 2014년 1월 적어도 하루 이상 지속한 고에너지 입자 흐름을 측정한 자료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히노데 위성이 포착한 분광학 자료와 비교했다.
이를 통해 윈드 위성이 포착한 고에너지 입자의 황(S) 대비 규소(Si) 성분이 태양 대기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채층의 상부에 억제돼있는 플라스마와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곳은 코로나 루프(고리)의 "족점"(foot point), 즉 태양의 자기장과 플라스마가 대기 외곽까지 뻗어나갔다가 되돌아가며 형성한 고리의 밑부분이 닿는 지점이다.



연구팀이 첨단 기술로 이곳의 코로나 자기장 세기를 측정한 결과, 245~550 가우스(G)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구의 자기장이 0.5G인 것에 비교할 때 상당히 강한 것으로, 태양의 플라스마가 우주로 방출되기 전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 대기에 붙잡혀 있다는 이론을 확인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논문 공동 저자인 MSSL의 스테파니 야들리 박사는 "태양의 고에너지 입자가 나오는 곳을 처음으로 밝혀냈다"면서 "우리가 관측한 증거는 고에너지 입자가 강한 자기장으로 태양 대기 저층에 붙잡혀 있는 플라스마에서 나온다는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했다.
태양의 고에너지 입자는 대규모 폭발 현상인 '태양 플레어'나 '코로나 질량 방출'(CME) 등으로 초속 수천 킬로미터로 가속돼 몇 시간 만에 지구에 도달하고 며칠씩 이어질 수 있는데, 이런 사건은 11년 태양 주기 중에 편차는 있지만 100차례가량 발생한다.
연구팀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2014년 1월의 고에너지 입자 방출은 태양 플레어와 CME가 잦고 자기장이 강해 불안정한 지역으로 꼽히던 곳에서 일어났다. '11944'로 알려진 이 지역은 당시 태양에서 가장 활동적인 곳 중 하나였으며, 지구에서는 흑점으로 관측되던 곳이었다.
당시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과 기상청 우주기상예보센터는 강한 태양폭풍 경보를 발령하고, 히노데 위성도 고에너지 입자의 선체 충돌을 기록했지만 지구 대기에 끼친 피해는 알려지지 않았다.



브룩스 박사는 "우리 관측 결과는 지난 태양 주기의 몇 차례 사건을 통해 태양의 고에너지 입자를 생성하는 물질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를 감질나게만 보여줬다"면서 "새로운 태양 주기가 시작된 만큼 같은 관측 기술을 이용해 우리가 얻은 결과가 일반적인 진실인지 아니면 특이한 사례인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NASA의 태양 탐사선 파커호와 유럽우주국(ESA)의 솔라 오비터(SolO)가 태양에 근접하며 관측 자료를 전송하고 있어 태양 폭풍과 고에너지 입자 방출에 대한 이해가 급속히 진전될 것으로 예측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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