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보도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 유출돼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의 주요 방송사인 CBS가 전 최고경영자(CEO) 레스 문베스의 성폭력 보도와 관련해 한 여배우에게 합의금으로 거액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미국 연예전문지 배너티페어에 따르면 CBS와 법률회사 '코빙턴 앤드 벌링'(이하 코빙턴)이 한 성폭력 피해자와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합의가 2019년 가을 이뤄졌고 금액이 수백만 달러가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배너티페어에 밝혔다.
소식통들은 보상금 수령자를 미국 여배우 바비 필립스로 추정했다.
필립스는 CBS나 코빙턴에 정식으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스는 문베스의 성폭력 의혹이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보도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고 개인적 비밀이 유출됐다면서 변호사들을 고용해 법적 대응을 모색해왔다.
뉴욕타임스는 2018년 12월 코빙턴과 다른 법률회사 '데비보이스 앤 플림턴'(이하 데비보이스)이 함께 작성한 문베스의 성추문에 대한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NYT는 이 기사에서 문베스가 성폭력 증거를 인멸하고 자신과 성관계를 맺은 여성들을 승진시켰다는 내용 등을 소개했다. 특히 문베스의 성폭력 피해자들 중 필립스를 포함해 3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필립스는 1995년 당시 워너브라더스TV에서 일하던 문베스로부터 구강성교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CBS는 뉴욕타임스 기사가 나온 직후 "고용 계약을 위반하고 사규를 어겼다"며 문베스를 해고했다.
그러나 이 보도가 성폭력 피해자 및 증인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앞서 2018년 7월 문베스가 30여 년 동안 6명의 여성을 성적으로 괴롭혔다는 시사주간지 '뉴요커'의 보도가 나오자 CBS 이사회는 성폭력 의혹 조사를 결정한 뒤 이를 코빙턴과 데비보이스 등 법률회사 2곳에 맡겼다.
코빙턴과 데비보이스는 비밀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피해자 등 많은 사람으로부터 증언을 확보했다.
CBS 직원들은 NYT 기사를 통해 보고서의 민감한 내용이 공개되자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한 CBS 직원은 보고서 유출과 관련해 "모두가 법률회사 중 한 곳이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배너티페어는 코빙턴의 한 직원이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한 배후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미국 방송계의 거물로 통했던 문베스는 성폭력 의혹으로 불명예스럽게 낙마했다.
1995년부터 CBS에 몸담은 문베스는 2006년 CEO에 취임한 뒤 시청률을 반등시켰고 사업 수완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배너티페어는 문베스와 CBS 사이에 퇴직금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문베스는 CBS와의 계약에 따라 퇴직금 약 1억2천만 달러(약 1천350억원)를 받기로 했었다.
그러나 CBS는 법률회사들이 작성한 성폭력 보고서를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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