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희생자 묵념은 생략…홍콩 선거제 개편안에 갈채

입력 2021-03-05 14:42   수정 2021-03-05 15:47

코로나19 희생자 묵념은 생략…홍콩 선거제 개편안에 갈채
고강도 방역 조치 속에 중국 전인대 개막…취재진 제한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개막식.
5일 아침(현지시간)부터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은 전국 각지에서 회의 참석을 위해 운집한 3천명 가까운 전인대 대표들이 타고 온 버스로 가득 차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톈안먼 광장 앞에 있는 전인대 회의장인 인민대회당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 뿌연 스모그에 휩싸여 있었다.
개막식을 20분 남겨둔 오전 8시 40분이 되자 '따르릉' 소리와 함께 전인대 대표들에게 회의장에 빨리 입장하라고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대표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앉으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대형 스크린에 표시된 출석 인원 숫자는 빠르게 올라갔다.
안내방송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는데 대표들에게 "회의 내내 마스크를 써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9시 정각에 전광판의 숫자는 '2900'을 가리켰고 일부 고위 지도자들이 자리에 앉았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그 가운데 포함됐다.



9시 1분이 됐을 때 최고지도부인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이 인민해방군 환영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큰 박수를 받으며 회의장에 들어섰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최고지도부는 회의장에 미리 입장해 앉아 있는 전인대 대표들과 달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주석단에는 최고지도부를 포함해 200명이 자리했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전체 2천953명의 전인대 대표 가운데 이날 2천900명이 출석했다면서 개막을 힘차게 선언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코로나19 희생자에 대한 묵념은 없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양회를 2개월 넘게 연기했었지만 올해는 예년처럼 3월에 양회를 개최한 중국은 코로나19의 그림자에서 거의 벗어난 듯 했다.
국가 연주에 이어 리 총리가 양회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정부 업무보고를 시작했다.
리 총리는 올해 6% 이상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비롯해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고 1시간에 걸친 업무보고에서 주요 내용이 소개될 때마다 대표단의 박수가 이어졌다.
그는 중간중간 차를 마셔가며 이전과 달리 전문 낭독 대신 일부 내용은 생략하면서 업무보고를 이어갔고 대표단은 자료의 페이지를 일제히 넘겨가며 보고를 경청했다.

리 총리가 업무보고 말미에 국가안보를 강조하면서 외국 세력이 홍콩에 간섭하는 것을 막고 홍콩의 장기 번영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을 때는 박수 소리가 가장 크고 길게 이어졌다.
대만의 독립 분열 세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에도 큰 박수가 나왔다.
업무보고에 이어 왕천(王晨)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 장기 목표의 초안과 '홍콩 특별행정구 선거 제도 완비에 관한 결의안' 초안 등 13기 4차 전체회의 의제를 30분간 소개했다.
왕 부위원장은 마지막으로 홍콩 선거제 관련 초안에 대해 설명할 때는 10분 넘는 긴 시간을 할애했다.
홍콩 시위가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심각히 훼손하고 홍콩 사회의 안정을 위태롭게 했다면서 반드시 위험을 막아야 한다는 말에 회의장에서는 우렁찬 박수가 나왔다.

왕 부위원장은 홍콩 선거 제도의 허점이 뚜렷이 노출됐다면서 이를 개선해야한다면서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강조했다.
이날 시 주석은 밝은 표정으로 입장했지만 업무보고 등이 이뤄지는 동안 이따금 박수를 치는 것 외에는 대체로 무표정을 유지했다.
시 주석은 정부 업무보고 중에 오른쪽에 앉은 왕양(汪洋) 상무위원과 잠깐 대화를 나눴으며 의제 설명 도중에는 왼쪽의 리 총리 쪽으로 고개를 돌려 말을 건네는 모습이 목격돼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인민대회당 3층의 기자석에 자리한 외신 기자는 연합뉴스를 포함해 20여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 취재 인원이 소수로 제한되기 전에는 수백명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던 곳이다.
취재진은 전날 새벽부터 핵산검사와 호텔 격리를 거쳐 호텔과 행사장만을 오가며 밀봉식 동선 관리를 받았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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