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폭로자 '권력형 성폭력' 주장…"불편했지만 대답해야 했다"
주지사 "의도 없었지만 창피하다"며 검찰조사 요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앤드루 쿠오모(64·민주) 미국 뉴욕주지사를 둘러싼 성추문 논란이 날로 확산하고 있다.
주지사로서 권력에 취해 자신을 보좌하는 하급자에게 태연하게 일상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안겼다는 게 폭로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쿠오모 주지사의 전 비서인 샬럿 베넷(25)은 4일(현지시간) 미국 CBS 이브닝뉴스와 인터뷰에서 작년 6월 집무실에 단둘이 있을 때 성적인 학대를 받았다며 추가 정황을 제시했다.
베넷은 "내 생각엔 주지사가 나와 자려고 시도했다"며 "나는 아주 불편해서 가능한 한 빨리 방에서 나와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묻는 말에 "명시적 얘기는 없었다"라면서도 "그는 자신과 비교해 내 나이가 충분하고, 자기가 외롭다고 암시했다"고 답변했다.
누군가와 이성교제를 원한다는 발언, 성관계에 민감하냐는 질문, 교제와 나이 차이에 대한 의견 등도 성학대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거론됐다.
베넷은 "쿠오모 주지사가 어느 순간에 여자친구를 찾는다, 외롭다, 지쳤다는 말을 했다"며 "트라우마 때문에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걸 즐기는 게 어렵냐고 나에게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라우마와 관련해 과거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쿠오모 주지사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베넷은 쿠오모 주지사가 나이 차가 교제에서 중요하냐고 물어본 뒤 그가 22세 이상이면 누구와도 괜찮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쿠오모 주지사가 직위 때문에 무소불위라는 식의 태도를 지녔고 자신은 그 권력 때문에 답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는 고백이 뒤따랐다.
베넷은 "정말 불편했지만 상사가 그런 질문을 했기 때문에 대답하려고 했다"며 "대답을 함으로써 나는 거기에 연루되거나 그런 짓을 돕는 면이 있었는데 사실 나는 그냥 겁에 질린 상태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주 베넷은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쿠오모 주지사가 명백하게 성적으로 접근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쿠오모 주지사는 성적인 접근을 하지 않았고 부적절하게 행동하려는 의도도 없었다고 NYT에 해명했다.
그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는 "내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방식으로 행동했다는 점을 이제 이해하겠다"며 "끔찍하고 솔직히 창피한데 말하기 쉽지는 않지만 그게 진실"이라고 말했다.
베넷은 쿠오모 주지사의 기자회견에 대해 "이번 사안은 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 행동의 문제"라며 "그가 나를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것, 성적 학대를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쿠오모 주지사에게 성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은 베넷 말고도 두 명이 더 있다.
그의 보좌관을 지낸 린지 보일런(36)은 2018년 일대일 보고가 끝난 뒤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다고 지난달 27일 NYT를 통해 주장했다.
보일런은 미국 여성패션 전문지 '하퍼스 바자' 인터뷰에서 "학대가 중단되길 원할 뿐"이라며 "처벌이 아닌 책임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의혹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성추문 논란 속에) 쿠오모 주지사와 그가 이끄는 정부가 작동하는 방식,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실시간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여성인 애나 러치(33)도 2019년 결혼식 피로연에서 쿠오모 주지사가 등 아랫부분과 뺨을 잇달아 손으로 건드리며 입을 맞춰도 되겠느냐고 물어보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지난 1일 NYT를 통해 주장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민주당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사퇴 요구를 거부하며 평가를 하기 전에 뉴욕주 검찰 조사결과부터 기다리자고 촉구하고 있다. 검찰의 조사결과는 마무리될 때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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