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꼬치구이·오리구이 등 메뉴 다양…주류는 팔지 않아
[※ 편집자 주 : '잘란 잘란'(jalan-jalan)은 인도네시아어로 '산책하다, 어슬렁거린다'는 뜻으로, 자카르타 특파원이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가족끼리 왔죠", "우리 회사 회식은 항상 여기서 해요", "데이트 중이에요"
지난 4일(현지시간) 저녁 강한 비가 내림에도 자카르타 남부 아파트·상가 밀집 지역에 자리한 야시장은 테이블마다 손님들로 왁자지껄했다.
8개월 전 상설로 만들어진 이 야시장은 2천644㎡(800평) 정도 되는 공터 3분의 1에 긴 포장마차 천막을 치고, 나머지는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장마차 안에는 해산물 코너, 사떼(꼬치구이), 오리구이, 딤섬(만두), 박소(어묵국), 도시락 코너까지 다양한 음식을 팔았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해산물 음식점.
오후 4시에 문을 열어 새벽 2시까지 10명의 종업원이 끊임없이 주문받고, 요리하고, 음식을 테이블로 날랐다.
매니저 솔라(28)씨는 "매일 자카르타 북부 무아르 앙께 수산시장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가져온다"며 "주말의 경우 하루 수 백명이 방문해 2천만 루피아(16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자랑했다.
솔라씨는 인터뷰 중간에도 계속 손님의 주문을 받고, 직원들에게 생선을 굽고 오징어를 튀기고, 새우와 게를 찌라고 지시했다.
그는 "건물에 식당을 내면 가겟세가 비싸다"며 "야시장의 자릿세는 월 1천700만 루피아(135만원)밖에 안된다"며 "자릿세가 적게 나가니까 음식값도 그만큼 싸다"고 말했다.
손님 네 명이 생선 구이와 튀김, 오징어 튀김, 새우찜, 공심채(깡꿍) 볶음 등 테이블 가득 시켜도 게 요리만 안 시키면 통상 20만 루피아(1만6천원)를 넘지 않는다.
생선구이 한 마리가 7만5천 루피아(6천원), 오징어 튀김과 새우찜은 접시당 4만 루피아(3천원), 공심채 볶음 1만2천 루피아(950원), 밥 한공기 5천 루피아(400원)이다.
게 요리가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데, 한 접시에 15만 루피아(1만2천원)이다.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러 온 아리스(27)씨는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다가 야시장이 생긴 걸 보고 종종 방문한다"며 "음식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고, 이렇게 비 오는 날 분위기가 더 좋다"고 말했다.
직원 세 명을 데리고 회식하러 온 아디(34)씨는 "사무실이 근처라고 퇴근길에 종종 이곳에서 회식을 한다"며 "실컷 먹어도 30만 루피아(2만4천원)를 잘 안 넘기 때문에 회식장소로 애용한다"고 웃음 지었다.
또 다른 테이블에는 무함마드(28)씨가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 중이었다.
무함마드씨의 아들에게 인도네시아어로 "에낙?"(enak·맛있어?)하고 묻자 수줍은 표정으로 끄덕거렸다.
해산물 코너를 제외한 다른 음식 코너에는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임에도 계속해서 손님이 들락거렸다.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손님도 있고 포장해가는 손님도 있다.
사떼(꼬치구이) 코너 직원은 "닭고기꼬치, 염소 꼬치, 양고기꼬치까지 다 있다"며 먹어보라고 손짓했다.
동남아시아의 길거리, 야시장 음식은 현지인이 아닌 외국인들의 경우 먹고 배탈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런데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야시장의 활기찬 분위기와 굽고, 튀기는 냄새가 매력적이다.
다양한 메뉴를 파는 이 야시장에는 '확실히' 없는 게 있다. 맥주를 비롯한 주류다.
이슬람 신자가 인구의 87%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처럼 술을 팔지 않는 식당이 다수를 차지하며, 점차 더 늘어나는 분위기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