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3.5~10배 늘어야 남아공·브라질발 변이에 효과 기대
면역 약한 노약자 등 특히 위험…저널 '네이처 메디신'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는 스파이크 단백질로 숙주세포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해야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시장에 나왔거나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 및 항체 치료제의 작용 표적이 대부분 스파이크 단백질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아 접종 중인 백신 3종(화이자 & 바이오앤텍, 모더나, 존슨 & 존슨)도 이 단백질을 표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그런데 지난겨울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3개국에서 생긴 변이 코로나엔 기존 FDA 승인 백신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이들 3개 유형의 변이 코로나는, 변이 이전의 원래 신종 코로나에 작용하는 항체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변이 코로나를 중화하려면 기존 백신을 접종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항체가 생겨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변이 코로나를 중화하는 데 역부족이란 측면에선, 항체 형성 경로가 백신 접종이든 감염이든 항체 치료제 투여든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는 미국 워싱턴 의대의 마이클 다이아몬드 의학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고, 관련 논문은 5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실렸다.
영국·남아공·브라질 변이가 등장하기 이전엔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백신 개발 전략을 문제 삼는 이가 거의 없었다.
전파 속도가 더 빠른 3개 유형의 변이 코로나가 포착되면서 과학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이들 변이 코로나는 모두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에 복합적인 돌연변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들 코로나 변이에 B.1.1.7(영국발), B.1.135(남아공발), B.1.1.248 또는 P.1(브라질발) 같은 고유 명칭까지 붙였다.
아직 변종이라고 하긴 이르지만, 변이 이전의 코로나와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교수팀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다가 회복한 사람과 화이자 백신 접종자의 혈액에서 항체를 분리해, 변이 코로나에 대한 중화 능력을 시험했다.
워싱턴의대가 개발 중인 백신을 투여한 생쥐, 햄스터, 원숭이 등의 항체도 같은 테스트를 거쳤다.
영국발 변이는 원래의 신종 코로나에 필요한 정도의 항체로도 중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남아공발과 브라질발 변이를 중화하려면 적게는 3.5배, 많게는 10배의 항체가 필요했다.
변이 전 코로나에 뛰어난 중화 효과를 보인 단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ies)도 변이 코로나에 쓰면 전혀 효과가 없거나 부분적인 효과만 나타났다.
연구팀은 변이 코로나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생긴 다중 돌연변이의 영향을 돌연변이별로 구분해 일일이 확인했다.
항체 유효성의 차이는 대부분 단 하나의 아미노산 변화에서 비롯됐다.
E484K로 불리는 이 염기 변화는 남아공발과 브라질발 변이에서 발견됐지만, 영국발엔 없었다.
어떤 코로나 백신의 임상시험을 남아공과 미국 등에서 동시에 진행했을 때 남아공 변이가 널리 퍼지지 않은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과학자들은 전했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하거나 백신을 맞은 사람들도 변이 코로나의 감염을 막지 못할 수 있어 걱정스럽다"라면서 "특히 면역력이 약해진 노약자 등은 변이 코로나를 막을 만큼 항체를 많이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항체가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유일한 수단을 아니며, 항체 저항이 커진 부분을 다른 면역계 요소가 보충할 수도 있다"라면서 "분명한 사실은, 새로운 변이 코로나가 퍼져도 효과를 담보할 만한 항체를 계속 찾아야 하고, 이에 맞춰 백신과 항체 치료제 개발 전략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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