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고향 찾은 교황…"신의 이름 빌린 폭력은 신성모독"

입력 2021-03-07 02:24  

아브라함 고향 찾은 교황…"신의 이름 빌린 폭력은 신성모독"
"적대와 극단주의, 폭력은 신앙을 배반하는 것"
시아파 최고 종교지도자 알시스타니와 회동…기독교인 포용 촉구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이영섭 기자 = 가톨릭 2천 년 역사상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6일(현지시간) 기독교와 이슬람교·유대교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의 고향을 찾았다.
아브라함의 고향인 이라크 우르 평원의 고대 유적지에서 기독교·이슬람·야지디교 지도자와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은 가장 큰 신성모독"이라고 역설했다.
교황은 "아브라함의 땅이자 신앙이 태동한 이곳에서 가장 큰 신성모독은 형제·자매를 증오하는 데 하느님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임을 단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대와 극단주의, 폭력은 신앙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신앙을 배반하는 것"이라며 "우리 신앙인은 테러가 종교를 오용하는 것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르 방문에 앞서 교황은 이라크 남부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를 방문해 이슬람 시아파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와 회동하고 '평화로운 공존'의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 90세인 알시스타니는 이라크의 시아파 신자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두 인물 간 역사적인 만남을 앞두고 양측은 수개월 전부터 세부 사안까지 공들여 계획해 왔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이날 교황은 나자프의 이맘 알리(시아파 1대 이맘) 영묘가 자리한 라술 거리에 도착해 호송차량에서 내린 후 알시스타니가 수십 년째 세 들어 사는 자택까지 걸어갔다.
낡고 허름한 알시스타니의 자택 앞에선 전통 복장 차림의 현지 주민들이 교황을 맞이했으며, 교황이 출입구에 들어설 땐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날렸다.
약 5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에서 교황은 알시스타니에게 이라크 내 소수파인 기독교인들을 무슬림들이 포용할 것을 촉구했다.
교황과의 회동 후 알시스타니는 "이라크의 기독교인은 다른 이라크인과 같이 평화와 공존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자프·우르 방문을 마치고 바그다드로 돌아온 성 요셉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미사 참여 인원은 100명으로 제한됐으며, 이슬람 신자인 바흐람 살레 이라크 대통령과 외무장관, 국회의장 등이 포함됐다.
전날 이라크에 도착한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여러 차례 이라크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바 있다.
교황청 안팎에서는 이라크 현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치안 불안 등으로 일정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교황은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며 방문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3박 4일의 일정 중 이틀 치를 소화한 교황은 다음 날 아르빌과 모술, 바크디다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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