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최근 부동산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가장 공정하고 스스로에게 엄정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경제를 책임지고 공공기관 관리까지 종합하는 책임장관'으로서 국민에게 사과했다. 홍 부총리는 "고통스럽더라도 도려낼 것은 과감히 도려내겠다"면서 정부의 합동 조사 결과 부동산 투기가 확인될 경우 무관용 조치, 관련 공직자의 토지거래 제한과 부동산 등록제 등 근본적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기관 전체의 관리 책임 강화 등을 약속했다. 홍 부총리는 또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좋은 주택의 공급과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해 '부동산 정책 3대 실천사항'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4 대책' 등 주택 공급 대책의 차질 없는 시행, 비공개 내부정보 활용한 투기행위와 담합을 비롯한 시세 조작 행위 등 시장교란 행위의 발본색원을 들었다. 이와 함께 공급 대책의 안착을 위한 후속 조치의 추진과 이의 진행에 관한 대국민 설명 등 '부동산 정책의 실행력 강화'를 위한 조치도 언급하면서 도시정비법·공공주택특별법·토지보상법 등 관련 입법을 위한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번 사태가 단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고 예전에도 유사한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미리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일이 터져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지경이 돼서야 사과하는 것은 허망하게 느껴진다. 시민단체의 폭로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뭐가 문제냐"라는 LH 내부 일각의 반응을 보면 이것이 웬만한 충격요법으로도 치유가 불가능한 고질병이라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사태 당시 LH 사장이었고 지금은 정부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제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 땅을 사들인 LH 직원들에 대해 "신도시 지정을 알고 투자한 것은 아닐 것"이라거나 "보상을 많이 받지 못할 것"이라는 식으로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보도는 보는 사람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다. 최고 책임자가 이 정도의 인식을 하고 있으니 직원들이 예사롭게 땅 투기를 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당장은 정부가 공언한 대로 LH뿐만 아니라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각급 기관 관계자의 투기 여부를 가려 엄정하게 조처하는 것이 급선무이겠지만, 직원들의 불법·비리가 드러난 기관 책임자의 관리 책임을 묻는 일도 소홀히 하거나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홍 부총리의 발표에서도 일부 언급됐지만, LH를 비롯한 공기업 임직원들을 포함해 부동산 정책 담당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부동산 취득에 관해 한층 엄격한 제한 기준을 설정하고 위반 시 일반인에 비해 무겁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투기한 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 법 조항인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 이용죄'는 개발 예정지 지구 지정 업무 담당자에게나 해당하며 그나마 처벌도 다른 범죄가 추가되지 않는 한 벌금형이 고작이라고 한다. 투기로 얻은 불법 수익을 환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기관이라면 반드시 해당 업무를 직접 다루지 않더라도 직간접적으로 관련 정보를 입수할 가능성이 일반인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이들 기관의 직원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게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합당해 보인다.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 직원들에 대해 주식 거래를 엄격히 제한하고 거래 시 신고를 의무화한 것과도 비교해 볼 수 있다. 합법적인 부동산 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에 대해서도 종전보다 훨씬 무겁게 과세하는 마당에 필요하다면 관련 법규를 제·개정해서라도 부동산 담당 공직자가 투기로 얻은 불법 소득을 환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은 잇단 실패로 국민의 신뢰를 상당 부분 상실했다. LH 직원의 투기 의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 타격은 회복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정부가 진상 조사와 후속 조치 마련에 사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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