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시위진압에 '학살 흑역사' 특수부대 투입"

입력 2021-03-08 10:04   수정 2021-03-08 10:06

"미얀마 군부, 시위진압에 '학살 흑역사' 특수부대 투입"
로힝야족 학살·소수민족 반군 토벌한 부대 목격
또다른 부대는 2007년 '샤프론 혁명' 때 잔혹행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얀마에서 지난달 1일 쿠데타가 발생한 뒤 군·경에 의해 50여명이 숨진 가운데 미얀마 군부가 시위대 진압에 무자비한 부대를 대거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가 국경지대의 오랜 전쟁과 시위대 학살 등으로 악명 높은 군부대를 거리에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선데이타임스는 민간인 사망자 여러 명이 먼 거리에서 발사된 총탄에 머리, 목 등을 맞은 점은 숙련된 저격수들의 발포로 희생됐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미얀마의 반쿠데타 활동가들에 따르면 미얀마 전역의 도시들에 최소 5개의 경보병사단이 투입됐다.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시위대에 발포한 군경에는 33 경보병사단 군인들이 포함됐다고 시민들은 증언했다.
33 경보병사단은 미얀마 북부 카친주(州)와 샨주(州)의 정글, 산에서 오랫동안 소수민족 반군들과 교전한 정예부대로 꼽힌다.
특히 33 경보병사단은 2017년 소수 무슬림인 로힝야족 거주지인 인딘 마을 학살 사건에 투입된 부대로 비난을 받아왔다.
당시 33 경보병사단은 로힝야족들을 살해한 뒤 암매장하고 마을을 불태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33 경보병사단 고위 인사를 제재 대상으로 올리기도 했다.
만달레이의 활동가 크요 윈은 "우리가 거리에서 33 경보병사단을 봤을 때 상황이 훨씬 끔찍해졌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주 한 경찰 간부는 '라디오 프리 아시아'(Radio Free Asia)와 인터뷰에서 만달레이에서 시위대의 유혈 진압이 이뤄지는 동안 군인들이 자신들의 정체를 가리기 위해 경찰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군인들)은 우리를 인간 방패로 이용했다"며 군 저격수들이 경찰 통제선 뒤쪽에서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는 77 경보병사단 군인들이 시위대에 의해 목격됐다.
77 경보병사단은 2007년 승려들이 주도한 반정부 시위(일명 샤프론 혁명) 때 비무장 시위대를 잔혹하게 진압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77 경보병사단 군인들은 평화적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고 곤봉, 소총 개머리판 등으로 폭행했다.
이런 경보병사단들은 1948년 미얀마가 영국에서 독립한 뒤 오랫동안 소수민족 반군 등을 상대로 한 소탕 작전에 동원됐다.
미얀마에서 활동하는 군사·안보 전문가 앤서니 데이비스는 "끝이 없는 전쟁이 사병들을 잔인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군은 50년 군부 통치를 거쳐 2011년 민정 이양을 한 뒤에도 막강한 권력을 유지해왔다.
미얀마 군부는 이번 쿠데타 초기 시위대 진압을 최루가스와 고무탄에 의존했지만, 거리로 나선 시위대뿐 아니라 의사, 교사, 공무원들이 광범위한 파업에 맞서 강경 진압으로 전술을 바꿨다고 선데이타임스가 분석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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