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관영 매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지 않았다"
인터넷 차단 시간대에 비슷한 메시지 SNS 확산…'볼펜 모양의 소형 총기로 저격' 주장도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던 중 실탄에 맞아 숨진 시민이 경찰이 아닌 제3의 세력에 의해 살해됐다는 군부발 가짜뉴스가 관영 매체와 소셜미디어 상에서 나돌고 있다.
8일 프런티어 미얀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친군부 성향의 관영 매체와 소셜미디어 계정에서는 지난 3일 시위 도중 사망한 치알 신(19)이 진압 경찰이 아닌 다른 세력에 의해 살해됐다는 가짜뉴스가 등장하고 있다.
치알 신은 지난 3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항의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실탄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이와 관련 관영매체인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지난 5일자로 치알 신의 사망이 "경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른 세력에 의한 것"이라는 요지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군이나 경찰이 사용하는 실탄에 맞았다면 머리가 크게 훼손됐을 것이라는 익명의 전문가 주장을 인용했다.
치알 신이 숨진 다음날인 4일에는 수백개의 페이스북과 틱톡 계정에서 그가 진압 병력에 의해 살해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공유됐다.
특히 인터넷 차단 시간대인 오전 1시∼9시 사이에도 해당 메시지가 공유된 것으로 확인돼 군정이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흘린다는 의심이 확산하고 있다.
네트워크 모니터링 단체인 넷블록스에 따르면 인터넷 차단 시간대에도 연결량은 평소 수준의 20%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페이스북 포스트는 치알 신의 시신에서 발견된 실탄이 태국과의 접경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무장세력이 사용하는 것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과 군인들은 실탄 대신 고무탄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치알 신 살해의 책임을 다른 세력에 전가했다.
치알 신이 다른 시위 참가자가 볼펜 모양의 소형 총기에서 발사한 실탄에 맞아 숨졌다는 주장도 나돌고 있다.
중국 소유의 동영상 서비스앱인 틱톡에는 시위 도중 치알 신의 뒤에 서있는 다른 참가자가 저격수와 살해를 모의하는 장면이 담겼다는 동영상이 나돌기도 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연합(AAPP) 관계자는 "치알 신은 경찰의 조준 사격에 의해 숨졌으며 다른 세력에 의해 살해됐다는 증거는 없다"며 "군은 늘상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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