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미얀마측과 강제 추방 논의…인도 내 4만명 체류"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수년 전 미얀마에서 인도로 피신한 로힝야족 난민 수만 명이 추방 위기에 몰렸다.
8일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북부 잠무의 경찰청장인 무케시 싱은 지난 6일부터 168명의 로힝야족을 구치소에 구금한 상태라고 전날 밝혔다.
싱 청장은 "잠무에 사는 로힝야족은 모두 불법 체류자"라며 "이들에 대한 신분 확인 작업을 시작했으며 이 작업은 최종적으로 이들을 추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적 확인이 끝나면 관련 내용은 뉴델리의 외교부로 보내질 것"이라며 외교부는 미얀마 측과 이들의 강제 추방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잠무와 인근 카슈미르 지역에는 약 5천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UN)은 신분이 확인된 인도 내 로힝야족 난민의 수를 1만6천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난민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인도 정부는 자국 내 로힝야족 난민의 수가 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슬람계인 이들은 2017년 미얀마군의 소탕 작전 등을 피해 인도로 넘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난민 대부분은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피신했지만, 일부는 인도로 와서 정착했다.
하지만 힌두민족주의 우파 성향이 강한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2014년 출범 후 불법 이민자 추방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연방 정부는 그간 지방 정부에 불법 이민자의 신분을 확인해 모국으로 돌려보내라고 요청해왔으며 최근 관련 압박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모디 정부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여기고 있다. 이들 중 일부가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됐다는 것이다.
모디 정부의 로힝야족 추방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난민 사이에서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1일 발생한 쿠데타로 이슬람계 소수민족에 강압적인 군부가 집권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로힝야족 학살 사건의 책임자였다.
로힝야족 난민 라피크는 AFP통신에 "어차피 총알이 비 오듯 하는 버마(미얀마)로 우리를 돌려보낼 바에는 여기에서 우리를 다 쏴 죽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당국의 이번 신분 확인·구금 작업 과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강제로 분리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최근 인도에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따르라고 촉구한 바 있다. 강제송환금지 원칙은 난민을 박해가 우려되는 국가로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인도 당국은 미얀마와 인접한 동북부 지역 국경 순찰도 강화하고 나섰다.
최근 미얀마 경찰 8명 등 48명이 군부의 지시를 따를 수 없다며 인도로 도망쳐오자 미얀마인의 추가 월경을 막기 위해서다.
와중에 미얀마 군부도 이들 경찰 8명의 송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도는 미국 등 서구와 달리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등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도는 미얀마, 남아시아 등으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무상 지원하는 등 주변국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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