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성수기 놓칠라'…세계 각국 코로나 '백신 여권' 검토

입력 2021-03-08 15:47  

'여름휴가 성수기 놓칠라'…세계 각국 코로나 '백신 여권' 검토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등 EU 압박…중국·동남아도 가세
"임신부·노인·접종 후순위자 등 차별"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여권'을 도입하자는 여론이 점차 증가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경제가 악화하고, 변이까지 발생해 조속히 '집단 면역'에 도달하는 수준까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경우 현 사태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특히 경제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일부 국가들은 여름 휴가 성수기를 맞아 더욱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그리스와 스페인은 유럽연합(EU)에 디지털 백신 여권을 도입해 출입국 제한을 낮출 수 있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미 일부 국가들은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영국에서는 백신 접종증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최근 체육관과 음식점 등을 출입하기 위한 디지털 백신 접종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또 그리스와 사이프러스 등 EU 국가와 사전에 협의해 격리를 면제하는 '트래블 버블'을 시험적으로 실시키로 합의했다.
사이프러스는 오는 5월부터 백신을 접종한 영국민은 자유롭게 입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내부는 물론 더 나아가 EU 외부 국가까지 백신 여권을 도입해 왕래를 자유롭게 하는 방안을 이번 달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WP가 전했다.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7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상호 인증을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태국도 백신 접종 증명서를 갖고 입국하는 방문자들에게 2주 격리를 면제해주고 일부 제한 조치를 완화해주면서 자국민도 상대 국가에서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백신 여권의 예외로는 코로나19로부터 갓 회복했거나 검진 결과 음성이 나온 경우가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백신 여권을 어떤 형태로 발급할지는 불확실하다. 이스라엘처럼 조작이 어려운 QR 코드 방식도 검토 대상이다.
백신 접종 비율도 제각각인 EU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완전히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야 한다"며 그리스와 스페인 등과 노선을 같이했다.
그리스의 경우 관광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에 달하지만, 지난해에는 10%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EU 차원에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개별 국가들과 협의해 국경을 개방할 계획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과 같은 국가에서는 이를 도입할 경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시민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백신 여권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도 백신 접종률이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접종한 여행객을 우대하는 것은 당장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역시 백신을 맞겠다는 비율이 절반에 그쳐 독일과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소수 인종이나 임신부, 또는 백신 접종 후순위인 젊은층, 디지털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층이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U 집행위는 여름까지 성인 70%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희망하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1억명이 접종을 못 하는 셈이다.
게다가 백신을 접종하고 증상이 없더라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학계의 지적도 있다.
이 밖에도 EU가 승인하지 않은 러시아나 중국의 백신을 접종했을 경우에 백신 여권을 발급할지, 변이가 퍼져 백신 효과가 떨어질 때는 어떻게 할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또 디지털 백신 여권을 제작하면 여행객의 동선을 파악해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여권 역사를 연구한 영국 노팅엄대 중국 캠퍼스의 에밀리안 카발스키 교수는 "여행객에게 건강 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은 현대에 성립된 개념"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의 관행이 많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aayy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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