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적 유의성' 확보 못 해도 "임상 성공" 발표 잇달아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 임상 결과를 부풀려 발표하는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가 방어'를 위해 임상 실패나 보건당국 승인 유보를 전면적으로 발표하기 꺼리는 것이다.
이런 행태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한국바이오협회가 임상시험 성패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에 나섰다.
9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협회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임상시험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이에 앞서 고한승 바이오협회장이 취임하면서 "많은 회사에서 주관적으로 임상 성공과 실패를 발표한다"고 지적하며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해 어떤 표현을 사용할지 정하겠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에이치엘비는 개발 중인 항암 신약후보 물질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 공시한 혐의로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임상에서 1차 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결과가 탁월해 신약 허가 신청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임상시험에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구의 유의성을 판단하는 데 흔히 쓰이는 'P값'은 쉽게 말하면 도출된 결과가 우연히 발생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즉, 의약품 임상시험에서는 P값이 낮을수록 우연보다는 투여한 약물로 인해 증상 개선 등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이 값이 0.05 이하로 떨어져야, 즉 증상 개선이 약물에 의한 것일 확률이 95% 이상이어야 임상시험이 '성공'이라고 본다.
바이오 업체뿐 아니라 전통 제약업계에서도 이런 임상 부풀리기는 종종 확인된다.
대웅제약은 췌장염약 '호이스타정'의 코로나19 치료제로의 효능 확대 임상 2a상 시험 탑라인 결과를 발표하며 '코로나19 치료제로 가능성 확인'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평가변수인 바이러스 음전(음성 전환)까지 걸린 시간 (단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고 쓰여 있다. 이렇게 되면 호이스타정 투여군에서 위약군보다 회복 시간이 빨랐더라도 이 결과가 호이스타정으로 인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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