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시위 대비해 쌓은 장벽에 범죄 희생자들 이름 적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세계 여성의 날 시위에 대비해 멕시코 대통령궁 주변에 등장한 장벽이 여성범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벽이 됐다.
8일(현지시간) 멕시코 언론 등의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수도 멕시코시티 도심의 국립궁전 주변에 세워진 철제 장벽에 수많은 여성의 이름이 빼곡히 적혔다.
여성 운동가들이 '페미사이드의 희생자들'이라는 제목 아래 멕시코 내 여성살해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간 것이다.
'페미사이드'(여성살해)는 여성이 성별을 이유로 타깃이 돼 살해당한 사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지난해 멕시코에선 939명의 페미사이드 피해자가 나왔다.
희생자의 이름들이 적힌 장벽은 추모객들이 놓아둔 꽃으로 장식됐다.
대통령 집무·거주공간인 국립궁전에 3m 높이의 장벽이 빼곡히 세워진 것은 지난 4∼5일 밤사이였다.
8일 여성의 날 시위대가 대통령궁까지 찾아와 공격할 것에 대비한 것이다.
대통령궁 봉쇄를 놓고 비난이 쏟아지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시위대가) 겁이 나서 세운 것이 아니라 도발을 막고 역사적인 건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을 겨냥한 범죄 증가에 대한 미온적인 인식 등을 놓고 여성계의 비판을 받은 바 있는 멕시코 대통령은 "난 남성 우월주의자가 아니다. 여성의 권리를 지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멕시코시티 당국은 이날 시위를 앞두고 대통령궁 외에 예술궁전 등에도 장벽을 둘렀으며, 여성 경찰 2천 명을 포함한 경찰들을 도심에 배치해 충돌에 대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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