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저항하는 미얀마 시민들이 통행금지를 깨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군경이 양곤 산차웅 구역에서 시위대를 잡아내겠다며 이른바 '토끼몰이' 작전을 펼치고, 야간에도 총성을 울리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자 아예 밤거리로 나와 저항의 표현을 이어갔다.
9일 트위터 등 SNS에서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WhatsHappeningInMyanmar)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전날 밤 양곤에서 벌어진 심야 시위 사진을 볼 수 있다.
군부는 지난달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통행금지 조치를 발령하고, 5인 이상 집회를 금지했다.
미얀마 군경은 지난 6일부터 밤마다 양곤 등 주요 도시에서 총성을 울리며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시민들은 "집 안에 있어도 안전하지 않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참다못한 양곤 시민 수천 명이 8일 밤거리로 나와 처음으로 야간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군경이 양곤 산차웅 구역 출입을 차단하고, 200명의 젊은 시위대를 몰아넣은 뒤 집마다 뒤지고 다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색 중지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산차웅에서는 군경이 시민들을 향해 공포탄을 발사하고,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주차된 차량을 부수고 다녔다는 사진과 동영상도 속속 올라왔다.
경찰은 산차웅 주민들에게 "집을 뒤져 외지인이 발견되면 처벌하겠다"고 협박했다.
SNS에는 산차웅에서 시위대 50명 이상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산차웅에 사는 어린 여자아이가 최루탄 때문에 울면서 코피를 흘리는 사진도 널리 퍼졌다.
양곤 시민들이 한밤중 거리로 나와 "산차웅의 시위대를 풀어달라"고 요구하며 무장 군경과 대치한 현장은 일촉즉발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또 다른 장소에서는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평화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펼쳐졌다.
국제사회의 지지도 잇따랐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8일 트위터에서 "우리는 양곤에서 평화 시위 참여자 약 200명이 치안 부대에 의해 출입을 차단(cordon)당했으며, 이들이 체포나 학대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한다"며 여기에는 여성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경찰이 보복 없이 그들을 즉각 안전하게 떠나게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주재 미국 대사관과 영국 대사관도 시위대의 안전한 석방을 촉구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미얀마 군부에 최대한 자제하라며 폭력이나 체포 없이 모든 시위자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토끼몰이' 당했던 산차웅의 시위대는 이날 새벽 차단 구역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시위에 참여했던 한 시민은 "15∼20명의 다른 사람들과 건물 안에 갇혀 있다가 이제 귀가했다"며 "많은 주민이 귀가 차량을 무료로 제공하고 시위대를 반겨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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