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위반하며 생활대책 용지 공급 받으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
비농업인 농지 매입 까다로워질 듯…개발 방식 근본 개선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보유 토지에 대해 현금 보상을 받은 뒤 추가로 지구 내 택지를 분양받아 투기 수익을 극대화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토지보상·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공공사업지구에서 토지 면적이 1천㎡ 이상인 소유자에게는 토지에 대한 현금 보상과는 별도로, 토지를 사업 시행자에게 양도하면 지구 내 조성된 용지를 일반 수요자보다 우선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택지 우선 공급권)를 준다.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은 대부분 농지 필지를 1천㎡가 넘는 크기로 쪼개 매입했다.
1천㎡가 넘는 농지를 매입하려면 영농계획서를 제출한 뒤 농지취득가격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농지 인근에 실거주하면서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추후 매도 시 양도소득세도 중과된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와 주변 지역에서 영농법인이나 농지취득 자격 증명을 허위로 만들어 농지법을 위반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LH 직원들이 농지법을 어겨가며 1천㎡ 이상 단위의 땅을 매입한 것은 '협의 양도인 택지'(협택) 공급 자격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협택은 공람공고일 이전부터 사업지구 내 토지면적 1천㎡ 이상을 보유한 지주가 사업 시행자에게 양도하면 주어지는 단독주택 용지로, 해당 지역에 살지 않는 외지인 토지주가 공급 대상이다.
LH가 보유 토지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보상한 뒤 추가로 신도시 택지를 땅 주인에게 우선 공급하는 인센티브인 셈이다.
협택 공급 기준은 165∼265㎡에 달하는 주택건설 용지이며 법인·단체는 제외된다.
특히 협택은 공공주택특별법상 전매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고 있어 이를 분양받은 토지 소유자가 웃돈(프리미엄)을 붙여서 다른 사람에게 팔아 막대한 시세 차익을 누릴 수도 있다.
아울러 협의 양도인은 이전까지는 단독주택 용지 추첨 자격을 얻었지만, 최근 정부는 해당 사업 지구에 지어지는 아파트를 우선으로 특별공급 받을 수도 있게 지침을 개정했다.
또 이 경우 토지 소유자가 사업 시행자에 양도해야 할 토지마저 1천㎡에서 400㎡로 줄었다.
다만 무주택 요건을 갖춰야 아파트 우선 분양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기 수요가 많이 몰릴지에 대해선 이견도 나온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협의 양도인이 되려면 신도시 발표 전부터 토지를 보유해야 한다"며 "LH 직원들이 택지 우선 공급권이 아닌 단순 투자가 목적이었다면 굳이 법을 어겨가며 1천㎡ 이상의 땅을 취득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LH 직원들이 농지법 위반을 통해 신도시 내 생활대책용지를 받으려 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생활대책이란 도시개발사업 중 사업시행자가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사업지구 안에서 영업하는 사람들의 생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뜻한다.
대상자는 공람공고일 1년 이전부터 보상계약 체결일이나 수용 재결일까지 해당 사업지구 안에서 영업(농업, 축산업 등을 포함)을 한 자에 한한다.
LH 직원들이 신도시에 사둔 땅에서 농사를 지었다고 서류를 조작하고, 추후 사업지구 안에서 근린생활용지나 상업용지 등의 상가 부지를 받으려는 속셈이었을 수 있다.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사업지구 내 논밭을 매입해서 농업계획 등의 요건을 갖추고 자경을 했다면 영업을 한 것이기 때문에 토지 보상 과정에서 생활대책용지를 요구할 수 있다"며 "LH 직원들이 매입한 땅에 작물 농사 대신 다량의 묘목을 심은 것은 보상금 목적이라기보다는 농지법 위반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번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을 계기로 2002년 이후 규제 완화가 이뤄졌던 비농업인의 농지 매입에 대한 절차가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날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은 경남 진주 LH 본사 정문 앞에서 농지는 투기대상이 돼서는 안 되며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엄격하게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신도시에서 성행하는 투기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택지개발 방식의 근본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태수 대표는 "공람 공고일부터 지구 지정일까지 오르는 땅값을 기대하고 투기를 하는 것"이라며 "사업 인정 시점을 지구 지정일이 아닌 공람 공고일로 앞당기면 투기 수요를 잠재울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신도시 후보지를 첫 논의 시점부터 공개하고 공개 시점 이후 해당 구역 내에서 산 부동산은 감정가로 수용만 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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