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집중된 '왕실의 아웃사이더' 공통점…다이애나 인터뷰 데자뷔
'다이애나 팔찌' 마클, "어머니라면 분노" 해리왕자…다이애나 추억 소환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 의혹 폭로를 비롯한 폭탄발언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해리 왕자 배우자인 메건 마클의 인터뷰는 비운의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26년 전 인터뷰와 여러 면에서 오버랩된다.
'세기의 결혼식'을 치른 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왕실의 민낯과 '아웃사이더'로서 겪은 내밀한 경험담에 대해 밖으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다. 곳곳에서 어른거리는 '데자뷔'로 인해 다이애나의 추억이 다시 한복판으로 소환되면서 25년여 세월을 사이에 둔 평행이론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8일(현지시간) 전날 CBS 방송을 통해 방영된 해리 왕자 부부의 '토크쇼 여왕' 오프라 윈프리 인터뷰가 영국 왕실의 일원으로서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분투에 관련된 여러 폭로를 담았다면서 이 인터뷰가 일면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충격적인 1995년 BBC 인터뷰를 상기시켰다고 보도했다.
해리 왕자의 모친이자 찰스 왕세자의 아내였던 다이애나 왕세자빈은 1995년 11월 영국 공영 BBC방송 인터뷰를 통해 결혼생활과 파경 등 화려함 속에 가려진 왕실 생활의 '속살'을 솔직히 털어놔 파란을 일으켰다.
마클은 인터뷰 도중 "나의 친정어머니가 몇 달 전 '다이애나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느냐'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이제 나는 '그렇다. 매우 유명한 인터뷰였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시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생전 인터뷰를 거론하기도 했다.
USA투데이는 '정신 건강', '계속되는 미디어와의 싸움', '인신공격', '지침서의 부재' 등으로 나눠 두 사람의 인터뷰 내용을 견줬다.
마클은 인터뷰에서 "왕가에서의 곤경 때문에 자살 충동을 갖기도 했다.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하며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해 왕실에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빈도 당시 인터뷰에서 해리 왕자의 형인 윌리엄 왕세손을 임신했을 때의 어려움과 산후 우울증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아마도 나는 왕실에서 우울증을 겪은 첫 번째 사람이거나 드러내놓고 눈물을 보인 첫 번째 사람일 것"이라며 "처음 보는 것이기에 그것은 분명히 벅찬 일이었다"고 말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빈은 "아무도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때 혹은 그렇다고 느껴질 때 모든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며 아내이자 엄마, 왕세자빈으로서 부여된 새로운 역할에 대한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자해를 가했던 일도 고백했다.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데 따른 언론과의 계속된 마찰도 두 사람 인터뷰의 공통 소재였다.
마클은 이번 인터뷰에서 "나는 밤늦도록 잠들지 못한 채 '이 모든 것들(자신과 관련한 뉴스)이 어떻게 대량 생산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느꼈다"며 "그리고서 그저 내가 숨 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빈 역시 당시 인터뷰에서 "가장 벅찼던 것은 언론의 관심이었다"고 털어왔다. 남편 대신 자신에게 관심이 더 쏠리고 나면 말썽이 생기곤 했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의 집중 보도와 함께 많은 질투가 뒤따랐고 그로 인해 엄청나게 복잡한 일들이 유발되곤 했다"고 말했다.
USA투데이는 왕실 내 '이방인'으로서 겪은 인신공격도 두 사람의 공통분모로 꼽았다.
두 사람 모두 인터뷰에서 그로 인해 겪었던 억울함과 고통에 대해 쏟아냈다.
다이애나 왕세자빈은 자신에 반대하는 안티 움직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명백히 그렇다"고 답한 뒤 "나는 왕세자의 외떨어진 아내였다. 나는 골칫덩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찰스 왕세자와 불화를 겪던 1992년 자신이 경호원 출신 제임스 길베이와 전화로 밀어를 속삭였다는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의 폭로 기사가 났을 당시를 회고, "그것은 심각한 치명타였다. 가족의 일원이 아니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한 첫 번째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마클도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종과 인격에 대한 공격이 있고 난 뒤에 더는 두려움 속에서 살지 않기로 했다면서 "이 모든 시기를 거치고서도 어떻게 그들(왕실)이 우리가 여전히 침묵을 지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처음 접한 왕실의 예법은 낯선 것이기만 했다.
마클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처음으로 '알현'하러 간다는 사실을 차에서 접하고 즉석에서 절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빈도 새로운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맞춰가느라 겪어야 했던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아무도 나를 앉혀놓고 '당신에게 기대되는 일들이 이것'이라는 쪽지를 쥐여주지 않았다"고 했었다.
마클은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생전에 즐겨 착용했던 카르티에 '다이아몬드 테니스 팔찌'를 찬 채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리 왕자도 인터뷰 도중 어머니가 자신들이 겪었던 상황을 알았다면 분노했을 것이라고 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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