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견제블록 부활한 쿼드…위상강화·역할확대 주력 예상

입력 2021-03-10 01:47  

대중국 견제블록 부활한 쿼드…위상강화·역할확대 주력 예상
2004년 쓰나미 계기 출범후 합동군사훈련도 실시…중국 반발로 2008년 사문화
트럼프 인도태평양전략 맞물려 2017년 부활…바이든 취임후 첫 정상회담 추진
대중관계 복잡해 전망 엇갈려…한국·뉴질랜드 등 참여 '쿼드 플러스' 구상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협의체인 '쿼드'(Quad)가 대중 견제 블록으로서 위상 정립을 강화하며 역할 확대에 나서려는 분위기다.
실무급에서 시작한 쿼드 회의가 외교장관으로 격상되더니, 오는 12일 4개국 정상의 첫 회담 개최가 조율되는 등 각국 정상까지 참여하는 최고위 회의체로 확대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쿼드 참여국은 공히 인도태평양에 위치한 국가로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나머지 3국의 중국 부상에 대한 우려가 맞물려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을 가진 협의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등의 자료에 따르면 쿼드는 2004년 인도양에서 쓰나미가 발생하자 이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고 협력하기 위해 처음 탄생했다.
이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07년 8월 '자유와 번영의 바다'를 주창하며 '쿼드 안보대화'라는 이름이 붙었고, 실제 그해 9월 4개국에 싱가포르까지 참여하는 해상합동 훈련이 개최됐다.
이는 미국과 인도가 1992년부터 인도양에서 실시해온 '말라바르 훈련'에 일본, 호주가 참여함으로써 4국의 안보대화 기구로서 쿼드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목이다.
그러나 당시 쿼드는 중국의 반발과 각국의 이해관계 등 이유로 오래가지 못했다.
호주는 2008년 2월 케빈 러드 총리가 취임한 뒤 중국과 관계 등을 고려해 쿼드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일본에서는 2007년 말 중국에 더 우호적인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취임하고, 2008년 1월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중국을 국빈 방문해 중국과 인도 관계를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힌 영향도 받았다.
이때 이뤄진 협의체를 '쿼드 1.0'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현재 진행중인 쿼드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이던 2017년 아세안(ASEAN) 정상회의 기간 4개국 정상이 안보협의체 부활에 동의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2019년 봄까지 실무회의가 이어지다 그해 9월 뉴욕에서 첫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고, 작년 10월에는 일본에서 2번째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특히 이전까지 말리바르 훈련은 미국과 인도가 고정적으로 참여하고 일본이 자주 합류하는 형태였지만, 지난해에는 호주까지 참여해 2007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4개국의 훈련으로 진행됐다.
'2.0'이라고도 불리는 현재의 쿼드는 1.0 시절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2007년에 비해 쿼드 참여국의 대중국 견제심리가 훨씬 더 강해졌다.
미국은 중국을 '21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시험'이라고 부를 정도로 중국의 영향력 억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대외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비롯해 다양한 과제가 있고, 인도 역시 히말라야 국경 분쟁을 겪는 등 중국과 갈등 요인이 산적해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에 대대적으로 반기를 들면서도 쿼드만큼은 인도태평양 정책의 토대라고 평가할 정도로 계승·발전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첫 쿼드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영향력 확대 저지를 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쿼드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달 18일 이미 개최됐다.
쿼드가 2007~2008년 중국의 반발 등으로 인해 소멸했던 1.0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각국의 위기감이 커진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경제, 군사, 기술, 외교 등 전방위로 중국을 압박하는 흐름과 맞물려 쿼드가 좀 더 진화한 형태의 '대중국 견제 블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쿼드가 미국과 유럽의 연합방위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본떠 인도태평양판 나토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쿼드의 기능과 진로, 파급력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참여국 모두 중국에 약한 고리가 있어 얼마나 강한 응집력과 단일한 목소리를 낼지 미지수라는 지적 탓이다.
싱가포르 국립대의 키쇼레 마흐부바니 연구원은 지난 1월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아시아에서 큰 전략적 게임은 군사가 아닌 경제"라며 4개국은 서로 다른 지정학적 관심과 취약성을 갖고 있어 새로운 반중 동맹 구축을 위한 쿼드가 아시아의 역사 진로를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실패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대중국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호주가 가장 취약하다면서 호주가 지난 30년간 경기침체 없는 성장을 누린 것은 중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호주와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더 강력해진 중국에 적응해야 함을 알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인도 역시 중국과 히말라야 영토 갈등을 빚었지만 쿼드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기구로 비치는데 가장 소극적인 입장을 피력해온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쿼드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은 당분간 더 거세질 공산이 크다.
미 조야에서는 쿼드를 '쿼드 플러스'로 확대할 필요성이 심심찮게 언급되고,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이 단골 대상으로 거론된다. 쿼드 공고화와 확대 전략이 한국과 무관치 않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평화분과 소속인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 매체 더힐 공동 기고문에서 한국 정부가 '쿼드 플러스' 합류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이후 "이번 기고는 정부 입장이 아니다. 학자로서 개인 의견을 쓴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쿼드 논의가 어떤 식으로든 한국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으로 여겨진다.
정부는 쿼드 국가로부터 참여 요청을 받은 적도 없으며, 공식화되지 않은 구상에 대해 먼저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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