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장 쿠팡 앞날은…경쟁 격화 속 몸집 계속 불린다

입력 2021-03-11 12:57   수정 2021-03-11 18:18

美상장 쿠팡 앞날은…경쟁 격화 속 몸집 계속 불린다
공격적 투자로 물류망 확대…핀테크·'제트배송' 등 신사업 가속
잇단 사망 사고에 노동환경 개선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쿠팡이 10일(현지시간) 공모가 확정과 함께 미국 증시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쿠팡은 상장 신청서류에서 조달 자금으로 향후 물류센터 건립과 신규 고용, 새로운 사업 확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쿠팡의 미래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 외형 성장 지속…제트배송·핀테크 사업 등 확대 전망
쿠팡은 상장으로 조달하는 5조원 가까운 자금으로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가며 몸집 불리기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말 쿠팡의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이 15.8%, 내년에는 18.9%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면서 네이버쇼핑과 쿠팡이 시장을 과점할 것으로 전망했다.
쿠팡은 조달 자금으로 우선 지방에 풀필먼트(상품 보관부터 주문에 맞춰 포장, 출하, 배송 등을 일괄 처리) 물류센터를 추가로 세워 로켓 배송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에 따르면 현재 인구 70%가 쿠팡의 물류 거점 내 11km 이내 거주하고 있는데 물류센터를 더 늘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빠른 배송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쿠팡은 또 가전제품, 뷰티, 의류 등에서 직매입 상품군을 확대하고 쿠팡이츠나 쿠팡플레이, 라이브커머스 등 관련 사업에도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을 앞두고 미국에서 공개한 회사 소개 영상에서는 광고, 여행 분야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다시 획득한 택배 사업자 자격을 활용해 오픈마켓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풀필먼트 서비스 사업도 '제트배송'이란 이름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쿠페이를 활용한 핀테크 사업에도 나설 가능성이 크다.
쿠팡은 핀테크 회사인 쿠팡페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또 일종의 후불 결제인 '나중결제'를 지난해 9월부터 일부 고객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고 올해 들어 '쿠팡 원터치 페이(결제)' 등 관련 상표권을 여러 건 출원 신청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나 이베이코리아 등 매물로 나온 관련 업체들을 인수할 것이란 관측도 끊이지 않고 있다.



◇ 온라인쇼핑 경쟁 격화…흑자 전환은 언제쯤
쿠팡의 미래를 두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쿠팡은 이미 누적적자가 41억달러(약 4조6천700억원)에 달한다. 연간 적자 규모는 2018년 1조1천276억원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수천억원 규모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상장기업이 된 이상 지금처럼 적자가 누적되는 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쿠팡이 흑자 전환을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 경쟁이 격화하는 것도 쿠팡의 미래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는 힘든 요인 중 하나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은 외형 확대 경쟁을 벌이며 수년간 '치킨 게임'을 해왔다. 이 때문에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년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쿠팡도 그동안 투자받은 자금 수조원을 공격적으로 쏟아부었지만, 아직 '절대 강자'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통업계 재편 움직임이 올해 본격화하면서 온라인 쇼핑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쿠팡보다 시장 점유율에서 앞서는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은 데 이어 이마트와도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카카오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최근 올해 이커머스 사업 차별화를 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11번가는 아마존과 손잡고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어 지금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쿠팡은 '한국판 아마존'으로도 불리지만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라는 안정적 수익원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쿠팡의 덩치가 커지면서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지금보다 더 엄격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 이어지는 노동환경 비판…"책임 있는 자세 보여야"
물류센터나 쿠팡 친구(쿠친)로 불리는 배송 직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비판을 극복하는 것도 쿠팡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쿠팡의 노동환경은 지난해 부천 물류센터와 관련해 직원 84명과 가족·지인 등 총 152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발생하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물류센터 등에서 근무 중 숨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택배사들의 물류센터나 배송 기사 근무환경에 대해 전반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시점에서 쿠팡의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낫다며 옹호하는 시각도 있다. 쿠팡도 이런 점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비판을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이 이제 수십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상장 기업이 되는 만큼 일선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에 좀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노동계뿐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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