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랍토르 "희귀" 화석 발굴…24개 알 화석 중 7개 부화 직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둥지에서 부화 직전까지 알을 품다 화석이 된 공룡이 중국에서 발굴돼 학계에 보고됐다.
중국 장시(江西)성 남부 간저우(?州)시 인근의 약 7천만 년 전 지층에서 발굴된 이 화석의 주인공은 새와 비슷한 이빨이 없는 부리와 볏을 가진 백악기의 수각류 잡식성 공룡인 '오비랍토르'(Oviraptor)로 밝혀졌다. 알을 품다 화석이 된 것도 희귀한데 알들이 부화하기 직전으로 일부는 뼈까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고있다.
'중국과학' 잡지사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 대학(IUP) 생물학과의 비쉰둥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둥지에서 알을 품는 형태로 발견된 오비랍토르에 대한 연구 결과를 '중국과학원'이 감독하는 학술지 '사이언스 불러틴'(Science Bulletin·科學通報)를 통해 발표했다.
오비랍토르 화석은 모든 뼈가 온전히 보존된 것은 아니지만 24개 이상의 알이 있는 둥지에서 알을 품듯 웅크린 자세로 발굴됐다.
둥지의 알 중 7개 이상에서 이미 뼈가 부분적으로 형성돼 있어 부화 직전인 것으로 분석됐다.
알의 배아가 최종 단계에 있고 성체가 같이 발굴된 점으로 미뤄 오비랍토르 어미가 알을 낳거나 악어처럼 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새처럼 둥지에서 알을 품다 죽어 화석이 된 것으로 추정됐다.
카네기 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학자 매트 라마나 박사는 "이런 종류의 발굴은 희귀한 것 중에서 극히 희귀한 것"이라면서 "이전에도 둥지 주변에서 발굴된 오비랍토르가 있었지만 알 속에 배아가 었었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 발견된 알 화석의 배아는 부화하기 직전으로, 어미 오비랍토르가 상당기간 둥지에서 알을 품었다는 것을 의심의 여지 없이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오비랍토르는 '알도둑'이라는 뜻인데, 처음 발견될 당시 다른 공룡의 알과 함께 발굴되는 바람에 알을 훔쳐먹었을 것이라는 추정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연구팀은 오비랍토르 알 화석에 대한 산소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오비랍토르의 알이 높은 온도에서 품어졌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는 어미 오비랍토르가 둥지에서 알을 품다 죽어 화석이 됐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또 일부 알은 다른 알보다 상대적으로 더 성숙한 단계여서 둥지의 알들이 부화하는 시기가 약간씩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나타났다. 비동기(非同期) 부화로 알려진 이런 특징은 오비랍토르와 일부 현대 조류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밖에 오비랍토르 성체 화석의 복부 부분에서 자갈 뭉치가 확인됐는데 이는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삼킨 위석(胃石)으로 분석됐다.
오비랍토르 화석에서 명확한 위석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오비랍토르 종의 소화와 관련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 공동저자인 중국과학원 척추고생물학·고인류학연구소(IVPP)의 쉬싱 교수는 "화석 하나로 이렇게 많은 생물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면서 "앞으로 수년간 이 화석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알게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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