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감형태 디스플레이 차세대 전자통신 장치 규정 기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옷감처럼 세탁기에 돌려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직물형 디스플레이가 개발됐다. 씨실과 날실로 직물처럼 짜 만든 이 디스플레이는 일반 옷감과 다를 바 없지만, 문자와 이미지 전송은 물론 키보드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발표됐다.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푸단(復旦)대학 고분자공학과 펑후이성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는 직물 구조를 응용한 '스마트 섬유' 디스플레이 개발 결과를 네이처 최신호를 통해 공개했다.
연구팀은 이 스마트 섬유가 다양한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차세대 전자 통신 장치를 바꿔놓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인간이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전자장치는 최근 몇 년간 급속히 발전해 왔으며, 초박막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전자장치를 옷에 결합하는 기술은 이미 개발된 상태다.
그러나 대부분이 빛을 발산하는 고체형 얇은 장치를 직물에 부착하거나 직물과 같이 짜는 방식이어서 통기성이나 유연성, 내구성 등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디스플레이가 깨지거나 손상되기 쉽고, 기능도 사전에 정해진 패턴만 보여주는 데 그쳤다.
펑 교수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로 연구해 왔으며, 직물의 씨실(가로)과 날실(세로)의 교차 구조를 분석한 끝에 두 실의 교차점에 극히 미세한 '전기발광점'(electroluminescent unit)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연구팀은 형광 합성물로 코팅된 은도금 날실과 전도성 씨실로 전기발광점을 형성했으며, 두 실을 면을 섞어 짜 길이 6m, 폭 25㎝의 스카프 모양 디스플레이를 만들어냈다.
접촉감응형 섬유 키보드와 전원공급 장치에 연결할 수 있는 이 디스플레이에 전류가 흐르자 전기발광점에서 빛이 들어왔으며, 사용되는 전류가 제한적이어서 발열 현상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디스플레이를 인터랙티브 지도를 보여줄 수 있는 내비게이션 장치로 활용하거나,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장치와 연결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장치로 이용하는 시연에도 성공했다.
스트레스 실험에서는 공기 중에 한 달간 노출하고 세탁과 건조를 100차례 진행했으며, 1천 번에 걸친 접기와 늘리기, 압착 등의 과정을 거쳤지만 전기발광점 대부분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디스플레이가 운전자의 옷 소매 부위에 장착할 수 있는 GPS 지도로 이용될 수 있는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연구팀은 스마트 섬유디스플레이의 밝기와 해상도를 높이고 더 다양한 색깔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드는 등의 개선책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