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에 부작용 위험 약물 중복 투여 많다"

입력 2021-03-12 09:08  

"치매 환자에 부작용 위험 약물 중복 투여 많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치매 환자들에게 중독, 낙상, 뇌 기능 악화 등 심각한 위험을 높이는 위험한 약들이 대량 투여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 대학 메디컬센터 정신과 전문의 도노반 마우스트 교수 연구팀이 치매 환자 120여만 명의 2018년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 공공 건강보험) 처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11일 보도했다.
요양원 밖에서 생활하는 치매 환자는 7명 중 한 명이 뇌와 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을 3가지 이상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은 상호작용 위험이 높기 때문에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동시에 3가지 이상을 처방해서는 안 된다.
복합 처방 약물 중 가장 위험한 것은 마약성 진통제(opioid)였다.
마약성 진통제를 불면증, 불안장애 등에 처방되는 신경안정제 벤조디아제핀, 환각-망상-괴이한 행동 같은 정신병적 증상들을 진정시키기는 항정신병 약물(antipsychotic), 항경련제 등과 섞어 복용하면 중독과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항정신병 약물엔 항불안제, 항우울제 외에 각성제, 환각제도 포함된다.
복합 처방 약물 상위 20가지 중 절반이 마약성 진통제와 다른 중추신경계 억제제가 들어가 있었다.
치매 환자의 14%는 중추신경 작용제 3가지 이상을 동시에 최소한 1개월 이상 복용하고 있었다.
이들 중 58%는 중추신경 작용제 3가지 이상을 반년 이상, 7%는 1년 내내 복용하고 있었다.
가장 빈도가 높은 복합 처방에는 항우울제, 항경련제, 항정신병 약물이 1가지 이상씩 들어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처방 빈도가 높은 약은 흔히 신경통증 치료에 적응증 외(off-label)로 처방되고 있는 항경련제 가바펜틴(gabapentin)이었다.
중추신경 작용제 3가지 이상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 중 47%는 불안·초조, 불면증에 흔히 처방되는 항정신병 약물을 한 가지 이상 복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또 10명 중 9명이 항우울제, 3분의 2가 항경련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약들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사실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예를 들어, 뇌와 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은 심한 낙상 위험을 높인다. 낙상으로 인한 부상은 노인들에겐 파국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항정신병 약물은 기억과 사고능력 상실을 가져와 그렇지 않아도 저하된 인지기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발견 재단(Alzheimer's Drug Discovery Foundation) 창립자인 하워드 필리트 박사는 노인을 치료하는 의사는 주기적으로 환자의 투약 현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자신은 항상 노인 환자들에게 복용하고 있는 약 상자의 약을 모조리 봉투에 넣어 가져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약을 두 명의 다른 의사에게서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 노인들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중복 처방된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의사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최신호에 실렸다.
s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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