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세계 최강국 지위를 노리는 중국 견제에 뜻을 같이하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쿼드)이 희토류 조달·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들 4개국은 중국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방안을 강구 중이다.
희토류는 17개 원소의 총칭으로 소량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소재 성능을 높이기 때문에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핵심 물자다.
이 가운데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테르븀은 고성능 자석의 원료가 되고, 하드디스크 구동장치(HDD)나 전기자동차 (EV), 풍력발전기 모터 등에도 이용된다. 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원소도 있다.
원래는 미국, 호주, 러시아가 주요 생산국이었지만 광석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 문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중국이 세계 시장 점유율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생산 대국이 됐다.
중국은 토양오염 등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는 희토류의 분리·정제 공정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해 미국도 자국산 광석을 중국에서 정제해 수입하는 비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분쟁을 둘러싸고 중국이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일부 희토류의 수입 가격이 9배로 폭등해 관련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
일본은 이후 베트남 등지로 조달처를 확대해 중국 의존도를 2009년의 90%에서 60% 수준까지 낮추고, 희토류를 쓰지 않는 모터 기술을 개발하는 등 대안을 모색해 왔지만, 중국 의존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반도체,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의약품, 중요 광물 등 4개 핵심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 강화 전략을 100일 이내에 동맹국과 협력해 마련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닛케이는 이 명령에 따른 제1탄이 광요 광물인 희토류에 대한 '쿼드' 멤버 간의 협력이라며 4개국 정상은 이날 밤(한국시간) 온라인으로 열리는 첫 회의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공급망의 분산 필요성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토대로 한 구체적인 대책은 실무자급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4개국 정상이 중국의 해양 패권 확대로 인한 안보상의 우려를 공유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력의 전면에 희토류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으로는 희토류 정제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을 최소화하면서 비용도 적게 드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채굴 및 정제 분야에 금융지원을 하는 것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미국 정부는 호주산 광석을 미국에서 정제하는 것을 지원하고 일본도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 외 국가의 희토류 산업을 자금 면에서 밀어준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또 쿼드 멤버들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차원의 규칙 제정을 추진하고, 각국에 비축량을 보고토록 하는 규정 만들기를 검토할 방침이다.
닛케이가 인용한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한때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가량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감을 느낀 미국과 호주가 생산량을 늘리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떨어졌다.
작년 기준 희토류 생산 비중은 미국이 16%, 호주는 7% 수준이다.
쿼드 멤버인 인도는 매장량에서 6%를 차지하고, 일본은 수입량 기준으로 세계 3위에 올라 있는 희토류 소비 대국이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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