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사태 관련 "實名법 위반이라 여차하면 부동산 날린다" 주장 돌아
차명투기 양태따라 차익환수 여부 엇갈려…법률정비 필요성 제기
차명투기 확인시 과징금·처벌은 불가피…불법적 정보활용 드러나면 몰수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김예정 인턴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논란과 관련해 '차명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직원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시세차익을 얻지 못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끈다.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LH 사실 부모, 형제 아니면, 차명으로 하기도 힘들어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글쓴이는 "지인의 이름을 빌려 부동산 투기를 할 경우 땅값이 올라도 실소유자는 자신이 낸 금액밖에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차명 소유자)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하는 '차명 부동산 투기'를 금지하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명의를 빌린 '실소유자'는 '차명 소유자'에게 해당 부동산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억원에 매입한 부동산을 차명 소유자 이름으로 등기한 경우 부동산 가격이 10억원으로 오른 뒤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실소유자는 차명소유자에게서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쓴 1억원만 돌려받을 수 있고, 부동산 소유권 자체는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것이 글쓴이의 주장이다.
부동산을 돌려받을 수 없기에 시세차익인 9억원도 실소유자가 아닌 차명 소유자의 몫이 된다는 것이다.
해당 글은 'LH 직원들이 차명 부동산 투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동인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세차익을 돌려받을 수 없는 위험을 감수하고 지인의 이름을 빌려 부동산 투기에 나섰을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수사를 해봐도 별로 나올 것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차명투기 형태별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여부 엇갈려
그렇다면 글쓴이의 주장처럼 현행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차명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실소유자'가 시세차익을 돌려받지 못하게 돼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차명 부동산 투기에 크게 3가지 유형이 있는데, 어떤 유형은 돌려받을 수 있고, 어떤 유형은 그렇지 않다.
실소유자가 자기 명의로 등기된 부동산을 차명 소유자 이름으로 등기하는 방식(양자간 명의신탁), 실소유자가 매입한 부동산을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하지 않고 곧바로 타인(차명 소유자) 이름으로 등기하는 방식(3자간 명의신탁), 명의를 빌려주는 사람이 실소유자의 자금으로 부동산을 직접 매입한 뒤 자기 이름으로 등기하는 방식(계약 명의신탁) 등이 차명투자의 3가지 주요 유형이다.
이중 양자간 명의신탁과 3자간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 4조에 따라 실소유자와 차명소유자 사이에 차명소유자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하자는 약속(명의신탁약정)은 물론, 이러한 약속에 따라 이뤄진 부동산 등기까지 무효가 된다.
이에 따라 부동산 소유권을 두고 법적 공방이 발생할 경우 양자간 명의신탁에서는 차명 소유자가 실소유자에게 부동산을 돌려줘야 하고, 3자간 명의신탁에서는 차명 소유자가 실소유자가 아닌 해당 부동산을 판 사람에게 부동산을 돌려줘야 한다. 3자간 명의신탁에서도 부동산을 판 사람이 실소유자에게 부동산을 다시 이전해줘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양자간 명의신탁과 3자간 명의신탁은 거의 동일한 구조다.
반면 계약 명의신탁의 경우 법 4조 2항에 따라 명의신탁약정은 무효가 되지만 차명 소유자 명의로 된 부동산 등기 자체는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
즉 차명 소유자가 적법하게 부동산을 소유하기 때문에 실소유자는 차명 소유자가 부동산이 자기 소유라고 주장하면 부동산을 돌려받을 수 없다. 대신 차명 소유자는 부동산을 살 때 사용한 자금은 실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다만 계약명의신탁이더라도 부동산을 판 사람이 차명 소유자가 자신의 자금이 아닌 실소유자의 자금으로 부동산을 차명 매입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차명 소유자 명의의 부동산 등기는 양자간·3자간 명의신탁과 마찬가지로 무효가 된다.
결론적으로 LH 직원이 지인에게 자금을 줘 신도시 소재 부동산을 사고 그 지인 명의로 등기하도록 한 경우라면 글쓴이의 주장처럼 나중에 부동산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법적 분쟁이 생기면 시세 차익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LH 직원이 신도시 소재 부동산을 직접 매입한 다음 등기만 차명 소유자 명의로 한 경우라면 법적 분쟁이 생겨도 부동산을 돌려받을 수 있고, 당연히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도 자기 몫으로 챙길 수 있게 된다.
◇ 불법 차명등기 부동산, 돌려주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차명투기 막기위한 정교한 입법 필요성 제기
LH 직원이 신도시 소재 부동산을 직접 매입한 다음 등기만 차명 소유자 명의로 한 경우 실소유자가 부동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다분히 논쟁적이다. 부동산실명법을 어긴 실소유자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차명 소유자 명의로 등기된 부동산은 그 자체가 민법상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기 때문에 실소유자가 돌려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민법 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해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불법인 차명 부동산 투기를 위해 재산인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서류상으로' 제공한 경우 이 조항을 적용해 돌려받지 못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019년 6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부동산실명법 1조는 법을 만든 취지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한다.
다만 해당 판결은 실소유자가 자기 명의로 등기된 부동산을 차명 소유자 이름으로 등기하는 '양자간 명의신탁' 사례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실소유자가 매입한 부동산을 곧바로 차명 소유자 이름으로 등기하는 '3자간 명의신탁'을 통한 차명 부동산 투기에서도 법원이 불법원인급여를 인정하지 않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대법원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양자간 명의신탁에서는 차명 소유자가 불법원인급여를 이유로 부동산의 원상복구를 거부할 수 없다"면서 "다만 3자간 명의신탁에서는 아직 명시적인 판례가 없기 때문에 원상복구를 거부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차명 부동산 투기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측면이 있다.
◇실소유주가 차명 부동산 돌려받아도 과징금·벌금 불가피…업무중 취득한 정보 사용 확인되면 몰수·추징까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차명 부동산 투기를 한 LH 직원이 부동산을 돌려받더라도 과징금과 처벌은 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차명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 부동산실명법 5조에 따라 부동산 가액의 3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받고, 동법 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과징금 액수는 부과 당시의 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LH 직원의 차명 부동산 투기가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밝혀지면 형사처벌을 물론 재산적 타격은 더욱 커진다.
부패방지법 7조의2 및 86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고, 투기한 부동산은 범죄에 사용됐다는 이유로 전부 몰수된다. 이미 부동산을 처분했다면 시세차익은 물론 부동산 매입대금까지도 전부 추징된다.
대법원은 2015년 11월 판결에서 "범죄행위로 취득한 재물 자체를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하다면 그 가액 상당을 추징하는 것이며, 재물을 취득하기 위한 대가로 지급한 금원 등을 뺀 나머지를 추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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