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티몬 상장 추진…"경쟁 밀리면 안돼" 위기감 커져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쿠팡이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가운데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속속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쿠팡이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공격적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혀 온라인 쇼핑 시장 경쟁 격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쟁에 밀리지 않으려면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새벽 배송의 원조인 마켓컬리가 쿠팡에 이어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거래액은 1조원대로 쿠팡(20조원대 추정)에 비하면 적은 규모다. 그러나 신선식품 새벽 배송에 있어서는 쿠팡, SSG닷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그동안 상장이 거론될 때마다 "아직은 성장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쿠팡 사례를 보면서 상장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컬리의 김슬아 대표는 지난달 26일 팀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장 계획을 밝히면서 쿠팡의 상장과 이베이코리아 매각 추진 등을 언급하며 위기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빅플레이어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여 올해 상장을 추진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컬리는 또 국내외 기업공개(IPO) 시장 상황이 좋고 지난해 실적이 개선된 점도 지금이 상장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티몬도 하반기 국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티몬은 이미 지난해 미래에셋대우를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상장 절차에 돌입했고 전인천 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3천5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자본결손금을 정리했다.
11번가 상장도 거론된다. 앞서 모기업인 SK텔레콤은 2018년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5년 내 상장'을 언급한 바 있어 2023년 상장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11번가는 "시장 상황에 맞게 준비할 계획"이라면서 시기에 대해서는 "언제일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도 상장 가능성이 있는 업체로 거론된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 상장이 온라인 유통업계 전망에 대한 시각을 호의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확실해 보인다"면서 "앞으로 관련 기업 상장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쿠팡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수록 결국 누군가는 그만큼 시장을 내줘야 한다"면서 "앞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면서 업체들이 서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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